◆두 달만의 지준율 인하···96조 돈줄 풀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6일부터 은행권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다. 지난 1월 초 전면적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후 약 두 달여만이다.
인하 폭은 0.5~1% 포인트로, 포용적 금융 심사조건에 부합하는 은행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인하한다. 특히 이중 주식제 상업은행에 대해선 지준율을 1% 포인트 추가로 내린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에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게 된다. 일종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인민은행은 이번 맞춤형 지준율 인하로 시장에 모두 5500억 위안(약 96조원) 유동성이 풀린다고 관측했다. 앞서 1월 지준율 인하 당시 풀었던 시중 유동성 8000억 위안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온건한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강화해 실물경제 회복 발전 지원을 더욱 중요한 위치에 놓을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홍수처럼 돈을 풀지는 않고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충분하게 유지해 고도의 질적 성장과 공급측 구조개혁에 적절한 통화금융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번 달이냐, 다음 달이냐" 금리 인하 언제쯤···
사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기 둔화 압박에 직면한 인민은행은 이미 2018년 4차례, 2019년 3차례, 올 초 1차례, 모두 8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중국 시중은행 지준율은 대형은행 12.5%, 중소은행 10.5%까지 낮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속 기업들의 대출 수요는 여전히 왕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코로나19와 춘제(春節•음력 설) 장기 연휴의 영향으로 현재 중국 은행권의 위안화 신규 대출은 크게 위축됐다.
이에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에 이어 좀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부채 압박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1분기 성장률이 제로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미국 등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전 세계 통화 완화 기조 속에서 중국이 통화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관영언론 중국증권보도 앞서 4일 '정책금리를 인하할 문이 열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시장의 눈은 자연스레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1년물 만기가 도래하는 16일에 쏠린다. 인민은행이 이날 MLF를 연장하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MLF 금리는 지난달 0.1% 포인트 인하 후 3.15%로 맞춰져 있다.
옌써 팡정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추가로 0.1% 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신증권은 MLF 금리 인하 폭을 0.05% 포인트로 예상했다. MLF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오는 20일 발표될 사실상의 ‘대출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도 현재 4.05%에서 더 낮춰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지난달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MLF, LPR 금리를 일제히 인하한 상황이다. 통화 정책적 강도와 리듬을 볼 때 이번 달엔 MLF와 LPR 금리 인하를 동결하고 다음 달로 미룰 가능성도 나온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달 지준율 인하에 이어 다음 달 MLF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선 예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다만 당장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왕성쭈 골드만삭스투자 스트레티지스트는 “예금 기준금리 인하도 인민은행이 운용하는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MLF, LPR 금리 인하로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하면 예금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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