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이어온 유럽 솅겐협정, 코로나에 무너지나
14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최대 확산국인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2만명을 돌파했다.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이미 국민 6000만명의 발을 묶어놓은 상태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전파 속도에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비교적 확산세가 덜한 노르웨이·덴마크·리투아니아 등 북유럽과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 국가는 바이러스의 외부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통제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85년 이후 유럽연합(EU)은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인·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협정'을 지켜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며 13일 자정부터 한달간 미국 입출국을 전격 금지했다.
이에 지난 13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 간 연대가 필요한 시기에 국경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국경 폐쇄가 연쇄 효과를 일으켜 긴급하게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해 불만을 표했다.
이미 확산이 만연한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등은 이탈리아에 뒤이어 전국 봉쇄 조치에 합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4일 스페인 정부는 국가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가장 먼저 봉쇄 조치에 합류했다. 향후 15일간 음식·약품 구매, 병원 방문·출퇴근 목적 외에는 집에 머물러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이날까지 총 6391건의 확진사례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14일 자정부터 카페와 식당, 영화관 등 상점 대부분의 운영을 강제 중지한다. 16일부터는 탁아소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도 무기한 휴교에 들어간다. 다만 16일 지방선거 1차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역시 방역 전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등장한 가운데, 수도인 베를린과 남부 대도시 쾰른 등 각 지역에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가톨릭 교회 중 상징적 의미를 가진 쾰른대성당조차 미사 중단 방침을 밝혔다.
◆美 트럼프, '500억 달러' 통큰 지원 내놔
1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시장의 공포가 커지자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14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951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료 감염 검사와 실업수당 확대, 취약층을 위한 식량 지원 확대, 유급 병가 보장 등을 골자로 한 500억 달러(약 61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패키지 법안을 제안했고, 같은날 새벽 미국 하원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다음날 워싱턴 주를 비롯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지역에 대한 국내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한다고도 밝혔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앞서 백악관과 미국 국토안전부 등은 일부 미국 도시로의 항공·열차 연결을 막는 방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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