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평화의 문] ③김정은의 ‘새로운 길’ 예정대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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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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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압박수단' 김정은 '새로운 길'…코로나19 걸림돌에 주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비핵화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고, 미국을 향한 공세적인 정치·외교·군사적 대응조치를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행동에 따라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표명해왔다. 이 때문에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새로운 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로 갈음됐고, 새로운 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금까지도 북한의 ‘새로운 길’ 공식화는 없다.

연초에 연일 강조했던 ‘정면돌파전’ 관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에 따른 국가비상방역체계 선언으로 주춤한 상태다.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던 북한의 ‘새로운 길’. 과연 김 위원장의 계획대로 수행되고 있을까.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추진이 코로나19라는 변수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새로운 길’이 경제개혁보다는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 제재의 여파를 줄이려는 셈법”이라고 분석하며 “이를 고려하면 코로나19 변수가 새로운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면돌파전’ 선언을 앞세워 무력시위 가능성을 지속해서 언급해왔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의 ‘관심 유도형’ 도발을 이어간다는 의도였다.

여기에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난을 조금씩 극복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1월 중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북한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이 발병 초기 때부터 국경을 폐쇄했기 때문에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영향권에 진입했다면 보건·의료 분야뿐 아니라 북한의 대내외적 전략 노선까지 상당한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변수가 북한의 기존 대남·대외정책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환경을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노선수정을 위해서도 북한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과 ‘새로운 전략무기’라는 말을 수습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력시위’ 노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로운 전략무기’ 보다는 제한적인 선제적 능력에 대한 무력시위로 정책이 변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발병 이전에 북한이 때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발사를 자제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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