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코로나19로 확전...양국 외교수장 서로 공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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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3-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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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제츠 “美, 中코로나19 방역 노력 폄하...강력 규탄한다”

  • 폼페이오 "중국, 미국에 비난 돌리려고 해...강력 반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환율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까지 빠르게 확전되는 모양새다. 미·중 양국의 외교수장이 전화 통화를 가진 이후 각각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공개 비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면서다.

17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직접 지휘 아래 중국 인민들의 힘든 노력을 거쳐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 국무위원은 "코로나19사태 발발 이래 중국은 줄곧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자세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세계 각국에 상황 및 정보를 공유해왔다"며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 정치국원은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일부 정객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폄하하고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있어 중국 인민의 강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을 먹칠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도 중국의 강한 반격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망은 양 정치국원의 발언만을 전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무부 역시 몇 시간 뒤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에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에 대한 비난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중국의 노력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허위정보와 루머를 퍼뜨릴 때가 아니고, 모든 국가가 이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양 정치국원의 발언도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고위급 전화통화나 회담 이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의 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모두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공개 비난하면서 실제 전화통화에서는 더욱 강한 수위의 발언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은 날 선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자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가 '코로나19 미군 전파설'을 제기했고 미국 국무부는 이를 강력히 항의하기 위해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질세라 미국을 향해 맞교섭을 제기한 상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교섭을 제기했다"면서 "중국도 최근 미국 고위 관료와 정치인의 코로나19와 관련한 공격적 발언과 음해에 대해 즉시 맞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교섭제기는 상대국에 대해 잘못을 바로잡거나 외교적으로 항의하기 위한 의사 표시다. 지난해 중국은 미군 기지에 무단 진입한 혐의로 자국 외교관 2명이 추방되자 12월 엄중한 교섭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에 중국이 맞교섭을 제기함으로써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국의 공세에 밀리지 않으려는 기 싸움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양국이 코로나19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는, 음모론과 적대적 감정으로 상대를 보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코로나19로까지 확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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