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비즈니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피아트크라이슬러, PSA그룹, 르노는 일제히 유럽 전역에서 총 35개 공장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부품 조달 차질과 수요 둔화를 반영한 조치다.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장 수요 침체에 대응해 3월 27일까지 유럽 내 8개 공장을 멈추기로 했다. 이탈리아 6개 공장과 세비아, 폴란드 공장이 포함된다.
푸조와 시트로앵을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도 같은 날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총 유럽 7개국 소재 15개 공장 전부를 3월 말까지 폐쇄키로 했다. 공장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고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수요가 급격히 둔화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스의 필립 허초이스 자동차업계 애널리스트는 "상황은 지금부터 점점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하 자동차 판매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장 폐쇄 소식이 잇따르면서 이들 업체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밀라노 증시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는 14.5% 주저앉았고, 파리 증시에서 PSA그룹도 7% 넘게 떨어졌다. 르노 주식은 13% 가까이 폭락했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을 보유한 자동차 명가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공장 중단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이날 "당분간 생산이 가능한 부품을 조달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히 당국의 결정과 국경 간 부품 조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바겐도 조만간 부품 부족으로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납품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을 대체할 수 없을 경우 며칠 안에 공장 가동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폭스바겐 역시 이날 주가가 13% 미끄러졌고, 다임러가 11%, BMW가 12% 각각 추락했다.
취히리 소재 금융회사 케플러쇠브러의 토마스 베슨 애널리스트는 "유럽 전역에서 자동차업계 주가가 추락하는 건 공장이 문을 닫고 공급과 수요 동시 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은 유럽 제조업의 핵심이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직간접적인 고용 효과가 1400만명에 이른다. 자동차 제조업이 멈춰설 경우 유럽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안 그래도 올해 유럽 자동차 업계는 판매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여파가 나타나기 전인 2월에도 이탈리아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비 9%나 감소했다.
3월 들어서는 이탈리아에서 전국 이동제한령이 내려지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지경이 이르렀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는 더 큰 위축세가 예상된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월에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비 79.1%나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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