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로젠택배 인수 ‘장고’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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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0-03-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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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규모·향후 시설투자·대리점주 영향력·배송비 증가 등 고심

SSG닷컴 배송차량들이 물류센터에 줄지어 주차돼 있다.[사진=SSG닷컴 제공]

신세계그룹이 로젠택배 인수를 두고 고심 중이다. 다른 택배업체에 비해 작은 체급, 인수 후 추가 시설투자, 본사보다 큰 대리점주의 영향력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로젠택배 인수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판 아마존’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은 로젠택배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그룹마켓증권에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인수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SSG닷컴은 다음달 열리는 본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A)가 갖고 있는 로젠택배 지분 100%다. 매각 희망가는 약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SSG닷컴 관계자는 “배송과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물로 나온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본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주문이 크게 증가하면서 물류 인프라가 유통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로젠택배가 매물로 나오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복합적인 이유로 쉽게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인수시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 필요 부담

로젠택배는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우체국택배에 이어 국내 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로젠택배의 시장점유율은 8% 안팎이다. 빅3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수수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로젠택배의 물류 인프라 체계가 미흡한 점은 인수 매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소다. 로젠택배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류 터미널을 갖추지 못했다. 임차 형태의 소규모 터미널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국내 주요 물류·유통 업체들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로젠택배를 인수하는 입장에선 인수 대금뿐만 아니라 추후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카카오모빌리티와 SK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회사들은 예비입찰을 포기했다.

‘매출확대=배송비 증가’로 이어지는 이커머스 사업 구조도 부담이다. SSG닷컴은 거래액 기준으로 올해 3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25% 많은 수준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순매출액 8442억원을 기록했으며, 8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순손실은 606억원을 기록했다. 외주배송 수수료 등으로 약 3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지출된 데 따라 판관비 부담이 가중된 결과로 보인다. SSG닷컴은 현재 배송을 CJ대한통운 등 외주에 맡기고 있다. 적자를 안고 있는 SSG닷컴은 로젠택배 인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모기업인 이마트가 재무구조 개선·수익성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구조가 다른 업체들과 상이한 점도 로젠택배 인수를 고심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대형사들은 주로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물량을 대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로젠택배는 전체 물량의 80% 이상이 소비자간거래(C2C) 중심이다. 본사와 대리점주가 직접 영업을 통해 물량을 유치하고 있어 대리점주의 영향력이 크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의 대리점주가 직접 영업을 통해 물량을 유치하는 탓에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지역의 대리점주들이 세력화를 한 상태여서 이들이 집단행동 등 이탈할 경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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