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종교분포는 불교 10.5%, 천주교 9%, 호아하오교 2%, 개신교 0.8% 기타 및 무종교는 70%로 나타났다. 기타 70% 중 무종교의 일부는 도교 또는 유교적 성향 높은 민간신앙으로 분류됐다.
베트남의 이러한 종교분포는 중국의 영향과 프랑스의 지배 그리고 인도차이나 2차전쟁(베트남통일전쟁)을 통한 역사 배경에 기인한다. 각국의 영향을 받으며 불교와 천주교 등이 한때 성행했지만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다시 일신숭배를 금지하는 사회주의 교육이 자리했다. 여기에 베트남의 종교는 전통적인 유교와 도교 사상도 결합되면서 여러 사상이 혼합된 신앙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베트남은 일관된 정책을 통해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베트남 정부는 그러나 도이머이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종교 개방의 필요성을 느꼈다. 1992년 개정된 헌법 제70조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신앙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다시 보장했고 2004년 6월에는 다시 제정된 수정헌법을 공표하며 종교의 다양성과 자유를 확대했다.
베트남 국가통신사(TTXVN)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정부는 지속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정부 대변인은 “베트남의 일관된 정책은 종교를 가질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며,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에 있어서도 보장하고 있다”며 “이는 베트남 사회주의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것이며, 실제 삶에 있어서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수년간 베트남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헌법을 보조하는 시행령을 공표해 왔을 뿐 아니라, 사법체계와 실제 정책을 연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는 매년 8000여회 이상의 종교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5만3000명의 종교 사제들과 2만8000여개의 사원이 있다. TTXVN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베트남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2430만명 이상이 종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종교인 중에서는 95%가 정기적으로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베트남의 양대종교, 불교와 가톨릭...남부선 특색종교도 '횡행'
베트남 불교는 북방불교로 통하는 대승불교가 주를 이룬다. 국경을 접하고 오랫동안 교류가 많았던 중국의 영향이 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베트남에서 공식적인 불교 인구는 적지만 불교 관련 건축물, 문화재, 출판물이 많다.
베트남 불교계는 매년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베삭(VESAK)'이라는 대규모 불교행사를 연다. 정부의 개정헌법에 따라 종교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자 베트남 불교계를 중심으로 베트남 통합발전 및 평화 기원행사를 여는 것이다.
지난 2014년에는 전세계 불교연합회가 주관하는 VESAK 행사를 베트남에서 열었다. 2005년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불교관련 국제행사였다. 하노이 닌빈성 바이딘 정신문화유적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전 세계 100여개 국에서 불교관련 인사들이 모였다.
당시 행사 준비위원장이었던 응우옌쑤언푹 국가총리는 "석가탄신일은 베트남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전 세계에 베트남의 전통문화, 역사, 불교를 알리는 장“이라며 ”베트남과 전 세계가 전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가톨릭의 경우 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521년 포르투갈 선교사의 설파를 시작으로 보면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로 통하는 필리핀과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지니고 있다. 다만 베트남 가톨릭은 베트남 통일 이후 베트남 정부에게 불교보다도 더 큰 제한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식민지배 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남베트남을 이끌었던 응오딘지엠 정부가 친가톨릭을 표방했고 기득권세력들도 가톨릭 신자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톨릭은 90년대 들어 불교와 함께 '베트남조국전선(VFF: Vietnam Fatherland Front)'에 소속되면서 다시 베트남의 주도적인 종교로 인정받았다. 호찌민 노트르담 성당 등 프랑스 식민시절 지어졌던 주요성당들도 이제는 주요문화재로 인정받으며, 매주 일요일 수천명이 참여하는 미사가 열린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600~700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주교의 신도 수로만 보면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 한국에 이어 3위 수준이다.
베트남에서 개신교 숫자는 아직 많지 않다. 베트남에서 개신교 확산에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 2017년에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다. 마틴 루터의 95개조 강령발표를 기념해 열린 이 행사는 수백여명의 전 세계 개신교 관련인사들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개신교 목회자들이 참가했다. 베트남 정부 또한 이를 통해 개신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베트남 VFF에 편입했다.
베트남에서 창시된 일부 신흥종교들도 있다. 까오다이교(Đạo Cao Đài)와 호아하오교(Đạo Hòa Hảo)가 대표적이다. 이 두 종교는 모두 베트남 남부지역에서 성행한다. 까오다이교는 1926년 베트남 남부의 떠이닌에서 응오반쩨우에 의해 창시된 혼합적 유일신교로 세계 5대 주요 종교(유교, 불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교)의 신앙을 절충해 만들어졌다. 1939년 후인푸소가 창시한 호아하오교 역시 베트남 남부에서 시작됐다. 두 종교 모두 신자 수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민간신앙의 나라, 베트남...각 집마다 조상숭배 위한 '위패' 모셔
이러한 조상숭배는 머우, 토꽁, 옹따오, 꽌탄데꿘, 린선탄머우 등을 숭배해 왔던 민간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각 읍이나 마을에서는 지금까지도 조상숭배 전통에 따라 마을의 모든 재난과 역병에서 지켜주고 보살펴 주는 영적 주체인 탄황(Thánh Hoàng)을 여전히 숭배하고 있다.
하노이나 호찌민시 향토박물관에 가면 불상부터 사원 속의 보살 동상, 탄황, 국가적 영웅, 왕, 그리고 실존하지 않는 가상 속 인물까지 민간신앙 숭배에 사용되어 온 다양한 토속적인 신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의 신앙과 오래전부터 내려온 영적 문화에 근거해 자신의 조상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떠났지만 늘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옆에서 함께하며 어려운 일을 지켜주는 신령한 존재라고 믿어 왔다. 여기에 조상들은 자식과 손자들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했거나, 잘못했을 때는 충고를 하고 심지어 노하며 꾸짖을 수도 있다고 믿었다.
조상 숭배의 개념은 기후와 관련해 적당한 비와 바람을 내려 풍요로운 삶을 허락하고 신들과 민족의 독립과 조국을 위해 희생한 왕들과 영웅들을 기리고 감사하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USCIRF는 보고서를 통해 조상에 대한 숭배의식은 베트남 민족정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숭배가 일찍부터 성행하여 단순히 불교, 유교 등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융복합적 요소가 베트남 신앙만의 독특한 가치라는 것이다.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베트남은 대부분의 민족들이 모두 각자에 맞는 조상숭배 의식이 있다. 조상과 우상 숭배에 사용되는 신상이나 숭배 공간은 여전히 그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텟(Tet) 기간은 이러한 조상숭배의 정신이 나타나는 절정의 날이다. 이때가 되면 거의 모든 가정과 기관에서 조상의 제단에 꽃과 과일을 바치고 기도하며 각 가정의 특색을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다.
USCIRF 소속 종교학자 해밀턴 뮬러 박사는 “베트남은 사실상의 민간 신앙국가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러한 민간신앙의 특징이 사회의 다양함을 포용하는 주요 기제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인들에게는 신앙 자체가 다종교융합 상태로 뿌리가 깊고 복잡해 상대방 종교에 대한 반발심이나 베타성이 없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결국 이러한 배경들이 베트남에서 종교는 기존 교리의 엄격함보다 전통신앙과 어울려 의무와 예, 미덕을 강조하는 하나의 생활 규범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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