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얼어붙은 中 채용시장… 사면초가 빠진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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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3-1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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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통제 조치로 면접 불참ㆍ일정 차질 피해 속출

  • 코로나19 타격... 기업, 채용 규모 축소하고 경력직만 모집

  • 2월 실업률 6.2% 달해... 취업 경쟁자까지 추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2월부터 방과 후 교육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센터 운영이 일시 중단되면서 몇주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허난(河南)성에 거주하고 있는 예비 대학졸업생 류이이는 졸업 후 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대학 졸업 전 경험을 쌓기 위해 어렵게 방과 후 교육센터 교사 자리도 얻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걸 바꿔 놓았다.

류는 지난 1월 말 교육센터 측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국의 통제 조치에 따라 교육센터 운영을 당분간 중단했기 때문에 일단 다음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집에서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교육센터 운영 재개가 늦어지면서 어렵게 구한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류이이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예비 대졸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다. 기업들의 채용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고, 그나마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신입사원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실업자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가뜩이나 좁은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진 것이다.

◇3차 면접 통과했지만 교통 통제로 최종 면접 불참

중국 구인구직 전문업체 즈핀(直聘)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 직후 3주간 대졸자의 취업은 전년 동기 대비 44%나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광고업계 취업자 수의 연간 감소폭이 72%에 달했다. 전염병 사태 타격이 가장 적은 의료업계의 취업자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떨어졌다.

문제는 올해 중국의 졸업자 수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다. 올해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무려 874만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기업의 채용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FT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많은 대졸자의 취업이 캠퍼스 내에서 이뤄진다. 대표들은 인재 모집을 위해 대학을 찾고, 그 현장에서 필기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

실제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유쥔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의 오프라인 채용 행사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코로나19는 취업률 급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후베이(湖北)성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졸업예정자 비키류도 이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선전의 한 기업에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 등 3차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세로 모든 교통 수단이 통제되면서 최종면접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가 살고 있는 후베이성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소재한 곳으로, 1월말부터 교통이 통제됐었다. 비키류는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방식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예비 대졸자 취준생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마지막 학기 개강이 계속 미뤄지면서 졸업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비키류는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는 구직자를 기업에서 채용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광둥성의 한 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중국 취준생들. [사진=로이터]

◇채용 문 좁아지고, 경쟁자 늘어나고… 신입 취준생은 한숨만

당국은 취준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기간 연장을 장려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선전과 베이징 등 대도시들은 통제 조치를 완화하고 단체 모임 금지령을 해제하며 취업 시장의 정상적인 채용 활동을 지지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채용 의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플라스틱 공예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라차드 찬 사장은 매년 3월초 2~5명 규모의 대졸 신입 직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올해는 채용 공고를 낼 수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었을 뿐 아니라, 해외 수출품 주문량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찬 사장은 “올해 주문량이 일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불확실하다”며 “이 상황이 좀 더 명확해지면 채용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저우(杭州)에서 4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한 웨딩업체의 주윈 대표도 올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포기했다. 그는 “올해는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력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신입사원이 성과를 내려면 약 반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했다.

항저우의 통제 조치로 인해  그의 회사가 올해 계약한 60개 이상의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이로 인한 손해는 무려 300만 위안(약 5억3000만원)이다. 주 대표는 “통제가 해제되고 모든 상황이 복구되면 회사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겠지만 우리가 당장 필요한 건 효율성”이라며 “신입사원을 뽑는 건 사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 취준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갈수록 높아지는 실업률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월 도시 실업률이 6.2%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1월 실업률은 5.3%였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도시 취업자수는 4억4247만명이었다. 이를 대입하면 적어도 지난 두달간 467만명이 실직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올해 예비 대졸자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그만큼 취업시장의 경쟁자가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광저우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 자오원둥 대표는 “올해 춘제 이후 채용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지만, 지금까지 합격한 5명 중 신입사원은 단 한명도 없다”며 “일부 경력직 지원자들은 연봉 삭감을 불사하고서도 채용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좁아진 채용 문에 경력직 경쟁자들까지 추가되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취준생들의 한숨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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