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방영된 이케아의 티몰 입점 계약 체결식을 30만명이 지켜봤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케아 쇼룸도 공개됐다. 집에 가만히 누워서 이케아 매장을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안나 폴락 쿨리거 이케아 리테일 차이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직접 라이브 스트리밍도 진행했다. 그는 "전자상거래는 중국 소비자의 소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알리바바와의 협력이 우리의 네트워크를 넓히고 더 많은 소비자와 상호작용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진출 20년째를 맞은 이케아는 올 한 해 사상 최대인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을 중국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제품 개발, 서비스 업그레이드, 그리고 디지털화 혁신 전환을 위해서다.
◆알리바바가 깐 '신형 인프라'··· 기업들 '활로' 모색
"디지털 인프라 건설이 바로 신형 인프라다."
장융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말이다. 신형 인프라(新基建)란 2018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인터넷 등 4차 산업 인프라를 주로 지칭한다. 항구·철도·고속도로·공항 등과 같은 전통 인프라와 비교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형 인프라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는 알리바바가 '신형 인프라'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가 자사의 빅데이터, AI 등 기술에 기반해 기업을 위해 깔고 있는 디지털 인프라가 사실상 신형 인프라라는 얘기다. 21세기경제보는 "알리바바가 이미 중국 내 수천만 상인들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를 깔고 있다"고 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휴업령으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좀처럼 조업 재개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에 알리바바 산하 신선마트 허마셴성, 음식배달앱 어러머,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티몰, 물류플랫폼 차이냐오, 업무용 메신저 딩딩 등은 디지털 인프라를 깔아주며 기업들의 조업 재개를 적극 지원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생사 갈림길에 놓인 기업들은 디지털화로 기회를 모색했다. 코로나19가 기업의 디지털화 전환을 추진할 동기를 제공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디지털 개혁 물결에 편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대면 접촉을 통한 온라인 소비가 늘고, 물류기업의 택배 주문이 급증하고,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실물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 1~2월 코로나19 타격으로 중국 소비와 생산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고 제조업 지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중국 실물경제 지표가 추락했다.
반면 온라인 디지털 경제는 그래도 '선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중국 온라인 소비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소비판매 증가율이 20%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온라인 소비가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5%로 늘었다. 지난해 말 20.7%에서 0.8%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1~2월 정보통신(IT)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반 서비스업 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기업 투자설명회, 박물관 전시까지 '라이브방송'으로
여기엔 타오바오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몫을 했다. 코로나19로 이케아처럼 장사를 못하게 된 기업들에 아무 조건 없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용해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중국의 25년 국민 신발브랜드 훙칭팅(紅蜻蜓)을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4000개 매장이 거의 문을 닫으며 사실상 매출은 '제로(0)'였다. 그런데 지난 8일 '국제여성의 날'을 맞이해 타오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했다. 첸진보 훙칭팅 회장이 직접 나서서 자사 구두를 소개했다. 순식간에 4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이날 하루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발발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인타이백화점은 한달 넘게 영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달 7일 인타이백화점의 1000여명 쇼핑매장 직원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화장품, 액세서리, 신발류를 소개했다. 이날 하루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는 평소 주말 백화점 방문객 수준과 비슷했다.
코로나19 창궐 속에 직격탄을 입은 요식업계도 타오바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지난달 29일 저녁엔 하이디라오 등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10곳의 회장이 직접 나서서 '심야식당'이란 주제로 타오바오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늦은 시간 야식으로 훠궈를 먹으며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방송 4시간 만에 200만명이 시청하는 효과를 봤다. 그 한 주간, 2만 차례 각종 야식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선보여지며 타오바오몰에서 심야 식품 주문량은 180%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전시 공연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3일 간쑤성 박물관의 한 안내원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개한 '실크로드 전시회'에 전국 수십만 누리꾼이 시청했다. 이날 하루 중국국가박물관. 간쑤성박물관. 쑤저우박물관 등 8대 박물관이 진행한 전시 라이브방송에 모두 1000만명의 트래픽이 유입됐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한 해 방문객 수준이다. 21세기경제보는 "박물관의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어디 이뿐이랴. 선전, 포산, 이우, 쑤저우 등 중국 전국 각지 주요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모두 100차례 온라인 투자설명회를 진행한다. 중소기업들은 바이어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2월 한달 타오바오에 새로 입주한 업체만 100만곳에 달했다. 하루 평균 3만명이 타오바오에서 온라인 점포를 개설한 셈이다. 타오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식점은 음식을 팔았고, 부동산 업체들은 집을 팔았고, 자동차 업체들은 차를 팔았다. 2월 타오바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접수된 주문량도 매주 20% 이상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방역현장에도 활용된 '디지털 인프라'
알리바바의 디지털 인프라는 코로나19 방역 현장에도 깔리고 있다. 지난달 항저우시에서 처음 도입한 '건강코드(健康碼)' 앱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알리바바가 자사 빅데이터 기술 등을 동원해 만든 것이다.
주민들은 이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 개인정보와 여행 이력 등을 입력해 빨간색, 노란색, 녹색 코드를 부여받는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각각 14일과 7일의 자가격리 대상자를, 녹색은 항저우 내 이동이 자유롭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나 빌딩 쇼핑몰 등을 출입할 때 QR코드를 찍어서 녹색이 아닌 사람은 아예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의 방식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국무원으로부터 이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현재 건강코드 앱은 항저우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산돼 200여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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