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봉쇄 1주일] 중국 넘어선 유럽...고강도 조치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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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3-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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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입국금지 1주일 만에 확산세 중국 넘어서

  • 국경 봉쇄·주식 폭락, 정신·경제 근간 흔들려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8만5000명을 넘어서며 중국을 추월했다.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고 같은 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발 입국을 전격 금지한지 겨우 일주일 만이다.

◆불 같은 확산세에 흔들리는 유럽 근간 

13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확진 사례가 (유럽에서) 매일 보고되고 있다"며 유럽 대륙을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까지 지목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코로나 사태를 "2차대전 후 최악의 위기"로 규정하며 서둘러 대응에 나서지만,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감염 상태가 심각한 이탈리아의 경우 19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5322명(14.9%) 늘어난 4만1035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증가폭이 연일 최고를 경신해왔지만, 5000명대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날 누적 사망자 수도 전날 대비 427명이나 증가한 3405명으로 집계돼 중국(3249명)을 넘어섰다.

다른 국가들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산세가 가파른 스페인도 같은 날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만7395명, 사망자 803명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독일 1만4481명·43명 △프랑스 9058명·243명 △스위스 3888명·36명 △영국 2707명·138명 △네덜란드 2465명·77명 △오스트리아 2013명·6명 등 유럽 대륙의 모든 국가에서 확진 사례가 발생한 상태다.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유럽 각국은 적극적으로 방역 대응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9일과 14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체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전국 봉쇄(lock down)령에 나섰으며, 노르웨이·덴마크·리투아니아 등 북유럽과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 국가를 시작으로 국경을 봉쇄했다.

확산세 저지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 마저 시민들의 이동 통제와 상점 폐쇄, 국경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지난 17일 EU는 자체적으로 30일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 정부의 유럽 대륙 봉쇄에 이어 스스로 빗장을 걸어잠근 것이다.

그럼에도 각국의 도시·국가 봉쇄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은 이르면 영국 정부가 20일부터 런던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 대륙은 지난 1985년 처음 체결한 이후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인·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협정'을 공동체 정신의 근간으로 삼아왔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자택 외출 통제 상태인 시민들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모든 수단 동원해 경제라도 살려라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전국 봉쇄령에 들어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각국이 '올 스톱' 상태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경제 활동 전격 중단과 팬데믹 공포감이 시장을 덮치면서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9~19일 사이 25%가량 빠진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18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 피해 대응을 위해 올해 말까지 7500억 유로(약 1037조원) 규모의 자산 매입 계획을 내놨다. 지난 12일 발표한 12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조치가 효과를 내지 못한 이후 깜짝 발표다.

ECB는 양적 완화 규모를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와 난민 유입 등으로 최근 자본조달 비용이 치솟아 위험 신호가 나오던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국채까지 매입할 방침이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한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의 최대한의 잠재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며 필요하다면 양적 완화 조치에 돈을 얼마든지 더 부어넣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날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0.25%에서 0.1%로 0.15%p(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기준금리를 0.5%p 전격 인하했다. 이와 함께 국채와 회사채 보유 잔액을 2천억 파운드(약 294조원) 늘려 양적완화 정책도 재개한다. 같은 날 독일 연방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기업을 대상으로 400억 유로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연이은 유동성 공급 발표 효과에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2% 안팎으로 상승 마감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한편,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는 기업 지원의 ‘최후 수단’인 국유화 카드까지 고민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영항공사 알리탈리아를, 스페인은 민간 병원 등 의료 부문 기업의 국유화 계획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유럽 대륙 내 코로나19의 압도적 확산세에도 여전히 확산 정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전파 진행 상황이 앞서있는 이탈리아 조차 아직까지도 확산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실비오 브루사페로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원장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발병이 언제 정점에 이를지, 신규 확진자가 언제부터 감소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같은 질문에 여전히 같은 대답을 내놓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프랑스의 확산세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영국은 아직 본격적인 시작 단계 조차 진입하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작년 12월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유럽연합(EU) 지도부.[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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