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봉쇄 1주일] '바보부터 세계대전까지' 유럽 리더들의 말말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0-03-20 08: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2차 대전 이래 최대 도전" 메르켈의 합리적 설득 vs '바보같다' 논란 일으킨 마크롱의 질타

코로나19로 유럽 각국 사회가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에 빠져가자, 유럽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은 전면에 등장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말1. "2차 대전 이래 최대 도전" 메르켈의 합리적 설득

1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코로나19 사태가 독일에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떠올랐다며 국민의 단합을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상황이 심각하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독일 통일, 아니 2차 대전 이래 우리 나라에 이런 수준에서 공동의 단합된 행동을 요구하는 도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역동적인 상황이지만, 우리는 나아가면서 계속 배우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다. 물리력이 아니라 공유된 지식과 협력을 통해 산다"면서 "이는 역사적 도전이며 함께 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공공시설과 일반 상점 운영 금지 등 전례 없는 제한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준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수백만명이 일을 할 수 없고 자녀를 학교나 유치원에 데려갈 수 없고, 극장과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앞으로 일이 어떻게 계속될 지 많은 의문과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이어 "아마도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대로 서로 접촉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합의한 폐쇄 조치가 우리의 민주주의적 삶에서 얼마나 힘든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 경우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어려운 싸움으로 얻게 된 것인지 알고 있다"고 말해 자신이 옛 동독 출신이라는 배경을 언급하면서 "사람에게 있어서 제한 조치는 민주주의에서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되고 오로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은 메르켈 총리의 이날 담화는 합리적이고 담담하게 국민들을 설득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중요 조치를 잘 설명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총리의 담화를 계기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1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국민 담화.]

◇말2. '바보같다' 논란 일으킨 佛 마크롱...'방역 포기?' 英 존슨

한편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던 국가 지도자들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안일하게 인식한 프랑스인들이 "바보 같기 때문에" 그렇다는 질타를 날리기도 했다.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일이던 15일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투표권 등록지인 프랑스 북서부 르투케를 찾아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폐쇄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많은 프랑스인이 카페 테라스에 모여서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먹고 마셨다"면서 "우린 그런 프랑스인들에게 '바보 같기 때문에 그런 것(C'est plus possible, parce que c'est idiot)이다. 실수하고 있다. 어떻게 서로를 그렇게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가'라고 말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크롱은 "프랑스인들이 방임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이 위기를 각자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서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저녁 총리 긴급담화를 통해 슈퍼마켓과 약국, 주유소 등을 제외한 전국의 상점, 음식점, 영화관, 미술관 등 다중 이용시설의 영업 금지령을 이날 0시를 기해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파리 등 주요 도시 중심가의 주점과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는 토요일 밤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평소보다 북적였다. 영업금지령은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적용할 예정이다.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 해당 발언은 1분 3초 경.]

한편 12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정부의 방역 대책 변경을 공지하는 자리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 몇 주 뒤다. 얼마나 빨리 번지느냐에 달렸다"면서 "한 세대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로 더 많은 사람이 가족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이 마치 정부가 방역 조치를 포기하는 듯이 들렸기 때문이다.

이날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관련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정부 대응 방향을 1단계 '억제'에서 2단계 '지연'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의 방역 대책이 바이러스 감염을 저지하는 데서 확산 시기를 최대한 늦춘다는 의미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국에 이미 5000~1만명의 감염자가 나왔을 수 있다면서 확산 정점으로 예상하는 10~14주 동안 전파세를 지연시켜 국민들의 집단면역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16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산하 세계 감염병 분석센터(MRC)에서 영국 정부가 지연 조치를 택한다면 영국에서 최대 55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이에 충격을 받은 영국 정부는 다시 확산 억제 정책으로 돌아갔다.
 

[1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말3. 군주들의 잇따른 격려 메시지도 나와

입헌군주국인 영국과 스페인에서는 각각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코로나 사태를 두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일 예정보다 일주일 일찍 버킹엄 궁전에서 윈저성으로 향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왕이 98세 고령으로서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조언 때문이다. 여왕은 부활절 기간 동안 남편인 필립공과 자가격리할 예정이다.

여왕은 이날 "영국 전역과 전 세계 많은 개인과 가족이 큰 우려와 불확실성의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해, 특히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의 규칙적인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왕은 "역사를 돌이켜볼 때 영국은 이러한 때에 하나로서 함께 하는 사람과 공동체에 의해 구축됐다"면서 "우리는 공동의 목표에 초점을 두고 공동의 노력에 집중해 왔다. 우리는 도전에 준비돼 있다고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날인 18일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도 동영상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4년 6월 즉위 후 두 번째로 발표한 공식 성명이다. 첫 번째 성명은 2017년 바르셀로나의 독립투표 시도 당시에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전례 없이 심각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위기"라면서 "우리의 삶, 직업, 회사, 우리의 안녕을 해치고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스페인 사람은 보호받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연합해야 한다. 서로의 차이점을 제쳐두고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8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의 대국민 성명.]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