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ABC방송은 마치디소 모에티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국장을 인용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급격하게 빠르게 진행(extremely rapid evolution)' 중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8일 605명에서 19일 65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다음날인 20일에는 720명을 돌파했다. 확산세는 세계 추세보다 양호하지만, 최근 며칠간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19일 차드와 니제르에서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256명의 확진자(사망자 7명)가 발생한 이집트가 가장 확산세가 크고, 뒤를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150명·사망 0명), 알제리(90명·사망 9명) 순이다.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는 지난달 27일 남아공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떤 임계점 이후 가속화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아예 그 싹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내 확산세를 막기 위해 대중 집회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19일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CDC) 본부장은 미국 매체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앞으로 몇 주간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진단키트와 검역 감시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확진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모에티 국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 수가 많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에 진단키트가 부족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WHO 아프리카 본부는 23일까지 자체 진단 능력을 갖춘 국가들에 6만개 씩의 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인공호흡기 장비를 갖춘 간이 병원 설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43개 국가가 코로나19 진단 능력을 갖춘 상태다.
지난달 말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될 당시 남아공과 세네갈만 자체 진단이 가능했고, 다른 국가들은 프랑스나 독일, 인도, 남아공 등에 검체를 보내야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었다.
한편, 응켄가송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최선의 전략은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지역의 취약한 의료 환경으로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발생한 만큼의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건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를 코로나 사태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거론해왔다. CNN은 "아프리카는 코로나19를 전염 시작 전에 잡지 않으면 '믿지 못할 수준'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산세가 빨라질 경우 의료 체계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4~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의 경험을 이유로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전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했던 진단소와 같은 보건 인프라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 사람들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보급했던 인사법도 감염 위험을 상당히 줄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악수 대신 팔꿈치를 맞대는 '에볼라 쉐이크'를 '코로나 쉐이크'로만 대체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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