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은 23일 몇몇 임원진과 점심 식사 하며 이임식을 대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KT의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며 “지난 6년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를 뛰어 넘어 135년 역사의 KT 그룹을 글로벌 1등으로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그가 남긴 소감과 당부는 25일 오전 사내방송으로 전직원에게 전달된다.
후임인 구현모 사장은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로 선임된다.
황 사장은 KT 회장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기록을 세웠다. 그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인공지능(AI) 서비스 대중화, KT 경쟁력 강화 등 업적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회장은 상용화 4년 전인 2015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5G 이동통신을 이야기했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5G 협업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미스터 5G’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해에는 ‘AI 컴퍼니’를 선언했다. AI 스피커 기가지니는 출시 1000일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모았다. AI 사업은 호텔과 고객센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있다.
회사의 체질 개선과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민영화된 KT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도 거둬서다.
그가 취임한 2014년 노조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8300명 명예퇴직을 진행했지만, 민간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도 56개에서 50개로 줄었다.
반면 그림자도 뚜렷했다. 2018년 11월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4개 구 상인들의 카드 결재 먹통 사태가 일어났다. 회사는 당시 영업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1만3500명에게 62억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황 회장은 민영화된 KT CEO로는 최초로 2018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일부 국회의원이 KT에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이다.
황 회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전기공학 박사로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자 반도체 분야의 권위자로 불려왔다. 2014년 회장 선임 전에는 성균관대 석좌교수와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주창하며 삼성 반도체 신화를이끌기도 했다.
그의 뚜렷한 공과 속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기업 체질 개선 만큼은 뚜렷한 족적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