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 되면서 국내 기업의 노사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해마다 봄이면 재계는 임금협상 등을 둘러싼 노사 대립으로 한창 시끄럽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대내외 경제 위기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올해만큼은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춘투(春鬪)’를 지향하고 사측과 합심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런 노사화합의 물꼬를 텄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사정의 첫 사회적 합의다.
선언문은 "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인원 조정 대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조정,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및 휴직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최대한 협조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정부 보건당국의 방역 조치를 준수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측은 자가격리 중인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노동계는 당분간 대규모 파업 등 집회를 자제하고 임금·단체 교섭 시기와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노사는 시차출근제·재택근무 등에 협조하고,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노동자의 경우 가족돌봄휴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런 노사를 위해 정부는 간접노무비 지원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해 노·사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노사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사용 등을 통해서다. 정부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 지역의 고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행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노사정 합의에 따라 실제 대기업 노사는 모처럼 끈끈한 동료애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특히 강성노조로 유명한 완성차 업계의 화합이 눈에 띈다.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주요 자동차기업 노동조합은 코로나 19 사태로 신차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춘투를 뒤로 하고 생산량 증대와 품질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화학·중공업·철강 부문에서도 무교섭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지역사회를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단체헌혈을 하는 한편 물품 지원 등 사회공헌도 활발히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를 능가할 정도로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기업들에게 혹독한 상황이라는 데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있지만, 치열한 임단협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해 노사 화합이 절실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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