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두시계가 처한 상황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수출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중국 증권시보는 24일 보도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속 '2차 충격' 입은 수출업체
징두시계는 연간 생산액이 최소 10억 위안(약 1700억원)을 넘는 중견업체다. 경기가 한창 좋을 때면 시계 완제품 한달 생산량만 10만여점에 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조차 코로나19 직격탄 속 매출 없이 석달도 채 버틸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현재 둥관 지역엔 징두시계처럼 해외에서 주문을 받아 공장을 돌리는 OEM 업체가 상당수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들 대부분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러우다런 둥관시 대만상인협회 전 부비서장은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데 석달은 걸릴 것”이라며 “모든 수출업체 수주물량이 ‘제로’인 상황에서 매출도 없이 직원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석달 후 주문이 새로 들어온다 한들 직원이 없어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도 했다.
◆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대외무역 환경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돼 대외 무역환경이 꽁꽁 얼어붙으며 중국 수출업계가 입은 타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클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중국의 또 다른 수출 산업단지인 푸젠성 취안저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이곳의 한 가구 생산·수출업체 사장은 최근 미국·그리스 지역 바이어로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제품 납품일을 미뤄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도무지 언제까지 연기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납품을 해야 잔금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납품액의 20~30%만 계약금으로 받은 상태기 때문이다.
샤오야오페이 광둥외국어무역대학 국제경제무역학원 교수는 "현재 유럽·미국의 상황은 앞서 중국 내 코로나19 발발 초기 때처럼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돼 소비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해 중국 대외수출이 입을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가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까지 번지면 충격파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했다.
◆ 中 문화대혁명 때도 열었던 캔톤 페어마저 연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내달 15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개최 예정이던 중국 최대 무역 전시회인 중국수출입상품교역전(캔톤 페어) 개최마저 연기됐다.
중국 대외무역 '바로미터'로 불리는 캔톤페어는 전 세계 각지 바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출계약을 따내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이다. 지난해 봄철 캔톤 페어에서만 약 2000억 위안(약 35조원)어치 수출 거래가 성사됐다.
사실 캔톤페어는 지난 1957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빠지지 않고 열렸다. 중국 대륙에 광풍이 몰아쳤던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개최됐다.
중국도 그동안 자국내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캔톤 페어를 예정대로 열어 수출업체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비쳐왔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0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캔톤 페어의 성공적 개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행사 준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며 결국 무기한 연기돼 수출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중국도 수출세 환급률을 인상하는 등 수출업체 살리기 대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더 강도 높은 세금 감면책, 일자리 안정보조금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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