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前과 後] ⑤‘국경폐쇄’ 속출…고립 교민 대탈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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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2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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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국경폐쇄' 조치에 교민 고립 발생

  • 정부, 전세기 투입 등 교민 탈출 영사 조력

  • 이탈리아·페루 교민 900여명 곧 귀국할 듯

  • "귀국 교민 후속 조치, 중대본과 협의 필요"

  • "현지 상황 고려해 입국검사·전수조사 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경을 봉쇄하는 국가·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기준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국가·지역은 95개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공항 폐쇄 등 국경 간 왕래를 차단하는 곳도 다수다. 심지어 공항에 잠시 머무르는 ‘경유’를 막는 곳도 있다.

‘중동의 항공 허브’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는 25일부터 2주간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 및 환승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한 홍콩과 싱가포르도 경유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싱가포르는 전날 오후 11시 59분부터 모든 단기 방문객의 입국과 경유를 불허했고, 홍콩도 25일부터 14일간 홍콩 비거주자의 입국과 경유를 막는다. 필리핀 역시 제3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한 필리핀 경유가 불가하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각국의 갑작스러운 국경봉쇄에 우리 교민 고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전세기 투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교민들이 귀국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당수 항공 노선의 운항이 대거 축소돼 항공편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직접 ‘고립 교민 대탈출 작전’에 나선 것이다.
 

이란 교민과 이들의 이란 국적 가족들이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경기도 성남 코이카(KOICA) 연수센터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후의 수단’ 정부 전세기 투입 잇따라

앞서 외교부는 정부의 전세기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원칙하에 교민의 귀국에 필요한 교통수단이 마비됐을 때 임시항공편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빗장을 거는 등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정부가 나서 고립 교민 탈출을 돕고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교민 지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탈리아 교민에게 이용 가능한 현지 항공편을 통한 귀국을 유도했었다.

당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국적기 외에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공·교통편을 활용해 귀국이 가능한 경우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20일 정부는 돌연 이탈리아 전세기 투입 소식을 전했다.

당국자는 “이탈리아 한인회가 항공사와 직접 임시 항공편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정부가 주선하는 임시 항공편 형태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등 해외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란 교민과 이란 국적 가족 등 80명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밤 정부가 마련한 항공편을 타고 귀국한 바 있다. 이들은 이란 테헤란에서 출발, UAE 두바이를 경유해 19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에는 우리 국적기가 바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테헤란에서 두바이까지는 이란 항공을 이용했다. 이후 두바이에서 정부가 투입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환승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한 화장장에서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담긴 관들이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이탈리아·페루·몽골 등 교민 1000여명 귀국 추진

정부는 임시항공편을 투입해 이탈리아, 페루 등에서 교민 1000여명을 귀국시킬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는 전세기 2대를 연이어 보내 고립된 한국인 700여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페루에서는 203명의 교민이 전세기에 오를 예정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브리핑에서 “해외 국민 귀국 지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페루와 이탈리아가 가장 활발하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 밖에 정부가 직접 주선하는 건 아니지만, 우즈베키스탄·몽골·필리핀 세부 등에서 원만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영사 조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밀라노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700여명이 전세기 탑승을 희망했고, 이르면 오는 31일과 내달 1일 전세기 투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와의 협의, 최종 예약인원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자는 “이탈리아는 계속 협의 중이다. 다음 주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투입 일정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페루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203명은 전세기 출발 하루 전인 25일(현지시간)까지 주페루 한국대사관이 지정한 호텔로 집결해 수도 리마로 이동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몽골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 200여명(코이카 단원 120여명 포함)은 오는 28일 아시아나 항공기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다만 이는 정부가 직접 주선하는 전세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교부는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에 대한 후속 조치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는 “일차적으로 방역 당국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현지 위험도를 얼마나 높게 보고, 국내에서 어떤 절차 밟게 할지, 국내 시설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다 고려해야 한다”며 “중대본에서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심각하니 유럽발(發) 입국 검사, 전수조사한다”며 “페루는 그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 않은 거로 보고 있어 전수 검사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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