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열람·등사를 신청한 '44건'의 문서 중 42건에 대해 열람·등사 기각결정을 내리자 일부 언론에서는 "법원이 '검찰의 조국 사전 내사는 없었다'고 인정했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마치 '열람·등사 신청'을 기각한 것이 '사전 내사설'을 부인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법원은 8월 이전에 내사가 없었다는 게 아닌 정 교수 측에서 열람등사를 신청한 그 서류에는 '내사' 관련 서류가 없다는 것일 뿐 검찰 내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
발단이 된 것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가 정 교수 측 변호인이 신청한 검찰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 신청을 기각하면서부터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이 신청한 문서는 크게 △국회의원 등 정치,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본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을 무렵 작성된 범죄인지서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결과를 보고한 보고서 △수사관이 압수물을 분석한 수사보고서 4개로 나뉜다.
이전까지 검찰은 형사소송법 266조 3의 2항을 이유로 변호인의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해왔다.
이 법은 '국가안보,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의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 등 열람ㆍ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열람ㆍ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특정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266조의4는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한 때에는 법원에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인 측의 열람·등사을 법원이 기각한 것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8월 이전에 내사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수사목록에도 집어넣지 않은 증거들이 있거나, 수사 목록 자체에 들어가지 않은 증거들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조국 내사설'은 더 강한 동력을 얻었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사문서위조 사건'에서 (변호인 측이) 고소·고발장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을 했다"며 "이 사건은 '인지사건'으로 고소 고발인의 진술을 듣고 수사한 것이 아니어서 고소고발장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가 '개인정보 제외 후 공개'라는 제안으로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검찰은 '고소·고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고소·고발장은 줄 이유가 없다'는 것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법원이 열람·등사를 기각한 것은 역설적은 '고소·고발 사건은 아니었다'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달리 말해 '사전 내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
그게 아니라면 검찰은 고소고발도, 내사도 없이 덥썩 기소부터 했다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내사설'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정경심 교수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는 해석도 있다. 내사도 없이 오직 고소고발만 있었다면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 6일 '심야 기소'는 결국 아무런 근거없이 강행한 '백지기소'라는 걸 입증한 것이라는 풀이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내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내사를 하지 않고는 청문회 당일에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기 어렵다"며 "내사를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이유는 그 내사라는게 혹시 표적 내사 또는 사찰이었다는 속내가 발각되는 것이 걱정돼서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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