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올라도 불안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인이 발을 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먼저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활동이 '일시 정지'된 것도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줄곧 억눌러왔다.
◆외국인 16거래일째 10조381억원가량 '팔자'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하루에만 5346억원을 팔았다. 이로써 1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매도액만 10조7381억원에 달한다.
코스피는 지난 23일 연저점인 1480선까지 밀렸다가 반등하고 있다. 주가지수 바닥이 어디쯤인지 어느정도 드러났어도 외국인은 아랑곳없다.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19 확산세에 국제유가 변동 등 복합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영향으로만 원인을 돌리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해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국제 유가 급락 등 신용시장 위축으로 외국인의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인식이 강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미국 연준의 유동성 공급조치나 양적완화 등으로 얼마나 빠르게 경기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미 연준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2조 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통과시키고 한국 정부도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펼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외국인 국내 증시 순매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확산세가 잠잠해지고 실물경제 회복세가 안정되지 이상 외국인 매수세 전환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시황에 관계없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한동안 국내 주식을 팔아치울 거스로 점친다. 이달 내내 '셀 코리아'에 시달릴 거라는 이야기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외국인 매도세의 핵심 원인인데 치료제 개발이 돼야 비로소 위기 상황이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흐름도 주목해야
환율이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등이 그간 진행한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각 종 리스크 지표들이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매 흐름이 나타났던 금 가격이 다시 반등했고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경우 아직 크게 축소 되진 않았지만 금리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달러 스와프 급리나 신흥국 통화의 약세도 스와프라인 체결 이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패닉에 가까웠던 심리는 다소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 들어 이날까지 33.7원 내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내 및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 흐름과 해외시장 뉴스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도 증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VIX 레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한번에 축소되기 보다는 바닥 확인 과정 진행 기간 동안 높은 영역에서 등락을 거듭했다"며 "악화된 펀더멘털(기초체력) 수준에 대한 가늠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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