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연합에 ‘완승’... 코로나발 위기 탈출 나선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진희 기자
입력 2020-03-27 15: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하은용 신규 사내이사 등 한진칼 추천안 모두 통과

  • 예견된 승부... 국민연금 등 조 회장에 손 들어줘

  • 끝나진 않은 조현아 연합 공세... 갈 길 바쁜 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경영권을 둔 남매간의 ‘1차 전쟁’이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앞서 국민연금과 법원, 회사 노조 등까지 조 회장 측에 손을 들어주며 일찌감치 예견된 결과다. 앞으로가 문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KCGI, 반도건설)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경영권 분쟁에만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하은용 신규 사내이사 등 한진칼 추천안 모두 통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건, 사외이사 선임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 관심을 모았던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연합의 이사진 선임 경쟁은 이변 없이 끝났다. 조 회장을 비롯해 한진칼이 추천한 이사진은 모두 선임됐다.

앞서 한진칼은 사내이사 후보로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을 재추천했고,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을 새롭게 추천했다.

사외이사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5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현아 연합이 추천한 인사들은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이들은 사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반도건설 법률 대리인이었던 구본주 변호사 등이 있었다.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로 제안했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현아 연합이 추천한 인물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돼 통과되지 못한 것 같다”며 “반면에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이 추천한 인사들은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예견된 승부... 국민연금 등 조 회장에 손 들어줘
이 같은 결과는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과 의결권자문사 등이 조 회장 측에 유리한 판단을 하며, 예측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2.9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연금의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했다. 법원도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4일 “반도건설이 보유한 8.20%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한진칼 주총에서 행사하게 해달라”는 조현아 연합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날 조현아 연합은 반도건설 지분 3.20%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앞서 조 회장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유목적을 숨긴 반도건설은 5.00% 초과분인 3.20%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바 있다.

또한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조현아 연합이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3.70%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각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는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대부분을 조 회장 측의 힘을 실어주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연합이 이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이날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의결권 기준)은 40%(40.29%)가 넘었다. 국민연금과 조 회장(6.52%)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정석인하를 비롯한 특수관계인(4.14%),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3.70%), 미국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의 지분을 모두 합한 수치다.

조현아 연합 측의 지분율은 30.28%가량이었다. 단일 주주로는 한진칼 최대주주인 KCGI(17.29%)와 반도건설(5.00%), 조 전 부사장(6.49%), 반 조회장 소액주주(1.5%) 등이 보유한 지분이다. 양 세력의 공식적 의결권 지분 차가 두 자릿수(10.01%)가 넘었던 것이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이 승리하게 된 배경이다.

◆끝나진 않은 조현아 연합 공세... 갈 길 바쁜 조원태 회장
하지만 조현아 연합의 경영권 확보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조현아 연합은 최근 추가적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집중하고 있다.

KCGI는 지난 24일 산하 투자목적회사와 반도건설 계열사들이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 방식으로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각자의 지분율(3월 27일 기준)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로 상승해 조현아 연합의 지분율은 총 42.13%가 됐다. 조 회장 측은 같은 기준으로 보면 델타항공(14.90%)과 대한항공 자가보험(3.79%)이 추가되고 카카오가 제외돼 44.28%다. 조 회장 측을 바짝 뒤쫓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조 회장은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코로나19 등으로 위기에 몰린 한진그룹의 활로도 찾아야 해 경영권 다툼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 주요 경영진이 지난 25일과 26일 월급 자진 삭감 등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회장의 최대 우군인 델타항공의 경우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올해 조현아 연합의 몽니에 발목 잡혀 산적한 현안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한숨을 돌린 만큼 위기경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는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3619명이다. 그 의결권의 수는 4864만5640주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발행주식 총수 5727만6944주의 84.93%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