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 배제하라’는 靑청원 20만 돌파, 오 판사 재판 배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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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기자
입력 2020-03-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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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하게 판결한다는 평가를 받는 오덕식 판사를 텔레그램을 통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 유포 사건인 소위 ‘n번방’ 사건에서 배제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국민청원은 게재일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청원자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수많은 성범죄자들에게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 정도의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주었던 과거가 밝혀져 국민들에 비판받았던 판사”라며 “이런 판사가 성 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을 맡고 있는 오 판사는 소위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의 공범인 이모(16)군의 재판을 담당하게 되어 오는 30일 이군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조씨의 혐의와 관련된 추가 수사 및 기소, 사건 병합 등을 위해 기일 연기를 신청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조씨 사건도 오 판사에게 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 판사가 맡은 형사 20단독은 서울중앙지법 성폭력 전담 재판부 5곳 중 한 곳이다.

오 판사는 성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하기로 유명하다. 주요 판결 내용으로 △ 3년간 여성들 치마 속 찍은 사진기사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 헤비업로더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 노예 게임을 해서 이긴 뒤 성추행하고 협박한 40대 남성 집행유예 판결 △ 가수 구하라 전 남자친구 최모씨는 구씨의 나체를 불법 촬영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불법 촬영 부분에서 무죄 선고를 한 판결 △ 친목 자리에서 성추행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무죄 선고를 한 판결이 있다.

오 판사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자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청원 내용을 확인했으나 현재로서는 재판부 재배당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과연 오 판사를 n번방 관련 사건에서 배제 할 수 있을까?

법관을 집무집행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제척원인이 있거나 기피원인 또는 회피원인이 있어야 한다.

제척이란 법관 및 법원 사무관 등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을 때에 법률상 그 사건에 관한 직무 집행을 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제척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17조에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17조에 따르면 법관이 당연히 직무 집행에서 배제되는 사유에는 △ 법관이 피해자인 때 △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에 있었던 자인 때 △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때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증인, 감정인,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된 때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대리인, 변호인, 보조인으로 된 때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한 때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가 있다. 제척되는 사유는 이렇게 총 7가지가 되며, 검사나 피고인의 신청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해당 판사는 재판을 맡을 수 없다.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제척 사유가 존재하는 때에는 법관은 스스로 소속 법원에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고 피고인이나 검사는 당해 법관 또는 소속 법원에 담당 법관에 대한 제척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법관이 당연히 제척되지 아니하면 기피신청과 같은 절차를 준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피란 법관이 어떠한 사정으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여겨질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이 그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형사소송법 제18조에 규정되어 있다. 검사 또는 피고인 측이 법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에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가 있다. 검사나 피고인 측이 기피신청을 하면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은 해당 법관의 소속법원합의부에서 결정한다.

대법원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라고 함은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모2 결정)

회피란 법관이 기피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에 스스로 그 사건에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24조에 규정되어 있다.

결국 오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피사유 중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검사 또는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 판사가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판결을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양형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오 판사를 기피 신청할 이유는 없으며 검사 또한 판사의 과거 판결을 이유로 기피 신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바탕으로 오 판사를 배제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에 대하여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법률에 근거하여 오 판사를 이 사건 재판에서 배제할 만한 법률상 규정이 없다면 청와대가 오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n번방 사건의 재판이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오 판사가 오판(誤判)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통제받지 않는 법관의 양심이 이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오덕식 판사 배제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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