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세우는 탈원전 계획은 즉시 원전을 멈추는 게 아니라 수명을 다한 원전을 하나씩 폐기하고 그 빈자리를 친환경 에너지로 채워나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다양한 사건이 일어났고 이에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 노조지부장이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스스로 고발맨이라고 소개했다.
국회와 관련 행정기관을 돌며 시위를 이어가는 강 지부장은 1996년 한국전력에 입사, 24년의 원자력발전소 근무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단에서 탈원전의 부작용과 원전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수원에서 직위 해제됐다.
강 지부장은 어떠한 압력이 와도 탈원전 반대 시위를 멈출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정치적으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며 오로지 미래세대와 한국사회의 에너지 경쟁력을 우려할 뿐이라고 했다.
◆에너지는 정치의 제물이 아니다
강 지부장은 먼저 에너지 산업이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가 이렇게 마이크를 쥐고 사람들 앞에 나선 것도 고작 5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1996년 한전에 입사했지만, 노동조합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17년 선출된 지부장이라는 감투도 사실상 방어막이 필요해서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강 지부장은 "지부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건 마이크를 잡아야 탈원전 반대를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원전은 과학인데 이것이 정치 논리로 변해서 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은 과거부터 논쟁의 소재가 됐지만, 토론을 통해 이해한 지도자는 바로잡았다고 덧붙였다. 강 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실질적인 선배인 노무현 대통령도 탈원전을 거론했지만, 탈원전에 관한 진실을 인지하고 내용을 번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원자력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단체들이 사상적으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일부 단체와 교수들이 문 대통령의 신념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원전 문제야말로 철저히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정책을 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지부장은 원전은 일반인과 전문가의 이해 수준 차가 큰 분야여서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아쉬운 점은 지도자가 이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더 벌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현재 탈원전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지만,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도 중요한 논제다. 월성 1호기는 경제성 악화 배경으로 예상 기간보다 이르게 폐쇄했다. 운영사인 한수원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른 판매단가와 이용률을 적용해 결과를 도출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강 지부장은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을 이해시키려는 설명의 반복이 이젠 익숙해진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월성 1호기의 전기 구매 단가와 가동률의 변경이 있었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월성 1호기의 평균 가동률을 60%대로 낮추고 한전의 전기 구매 단가도 48원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한전은 한수원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1kWh당 60원 정도로 전기를 사고 있었다. 한수원의 입장에선 전기의 판매단가가 낮아져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 지부장은 "한수원의 전력은 경제성 폄하를 위해 지나치게 싼 단가를 설정하고 한전에선 마진이 남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있어 재무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용률과 관련해서도 고의로 월성 1호기의 운영시간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한다. 강 지부장은 콜택시의 사례를 들어 간단하게 비교했다.
그는 "법인 콜택시로 치면, 상황실에서 콜을 주지 않으면 그 택시는 영업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영업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매출이나 이익이 없고, 이를 반영하면 악화한 재무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강 지부장은 최근 실적이 악화한 한전과 두산중공업도 탈원전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그는 숫자로 판단하면 반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보급하는 게 아니라 키워야 하는 것"이라며 "신재생을 원자력과 비교하면 초등학생 같은 것이고, 원자력은 대학교를 졸업해 직장까지 취업한 사회인 같은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에 경제성을 바라는 건 초등학생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시키는 것과 같다"며 "2017년 기준으로 국내 가정요금이 109원인데, 신재생을 추진하는 독일과 덴마크는 390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취급하는 풍력‧태양광 등 어떤 것을 가져와도 기본 원료가 150원 정도여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논리다.
◆탈원전에 더 위협받는 원전 안정성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직장 얘기도 곁들였다. 논란이 되는 한수원 순환배치 문제다. 일반인들은 이 문제를 가볍게 바라봤지만, 당사자인 강 지부장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지하게 접근한다.
원전은 운영을 위한 '노형(爐型·용광로나 원자로의 형태)'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이 노형이 다양한 편이다. 강 지부장은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을 다변화해 총 7가지의 노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형별로 운전면허가 필요한데, 자동차 면허는 차종이 달라도 운전을 할 수 있는 반면 원전은 노형별로 각각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근무자들의 원전 노형별 면허를 고려하지 않은 강제순환은 원전의 운영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 지부장은 주장한다. 그는 "원자력은 고리 1호기를 운전했던 사람이 고리 2호기를 운전할 수 없다"며 "노형별로 가진 운전제어나 구조설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수원 내 순환보직이 나온 이유가 2011년부터 불거진 원전 비리 때문인데, 그는 2015년부터 한수원의 청렴도는 최상위권에 있어 강제순환을 할 이유도 없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강 지부장은 "노형별 전문성을 배제하고 순환보직을 강제로 당한 직원은 바보가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강 지부장은 이런 것들이 원전의 안전문화를 크게 침해하고 있어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전문화'라는 단어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있고 나서 1988년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최초로 사용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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