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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필라델피아 공원서 마스크 없이 벚꽃 구경"..."이탈리아는 거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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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3-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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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 16만명 넘어서

  • "사회적 거리두기 안돼...무서워 집 안에만"

  • "귀국 노력 중이지만 뉴욕공항은 피할 것"

  • 전 세계 사망자 3분의 1, 이탈리아서 발생

  • "귀국할 수 있을지 대한 걱정·두려움 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에도 미국 필라델피아 공원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옹기종기 모여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를 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 뉴저지주 글래스보로에서 거주하고 있는 안장환(남·27·대학생)씨가 이같이 말했다.

31일 통계업체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6만158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2995명이다. 그럼에도 현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안씨는 지난달 23일 뉴욕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코로나 공포'를 느끼고 집 안에서 생활 중이다.

 

미국 뉴저지주 글래스보로 모습. [사진=독자 제보]

◆"사회적 거리두기 안돼...무서워 집 안에만"

안씨는 2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공원을 방문했는데, 조깅을 하거나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며 "해먹을 설치해 낮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길래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서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로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지난달 말 입국 직후만 해도 이 같은 '코로나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았고 한국의 일상생활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안씨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댈러웨어주에 위치한 코스트코를 방문, 마트 직원이 카트 손잡이를 닦으라며 나눠준 물티슈를 계기로 안씨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12일 '마트 픽업 서비스(온라인 주문 후 매장 방문)' 신청에도 실패했다. 픽업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2~3일 내 예약이 모두 차 있었다.

지난 16일에 안씨는 오전 7시라는 이른 시각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지만, '사재기'로 별다른 소득을 볼 수 없었다. 닭고기는 이미 모두 동나 있었고 돼지고기는 등심과 삼겹살만 남아있었다. 소고기 또한 간소고기와 우둔살 등 비선호부위만 남아있었다. 휴지와 세정제 역시 모두 팔렸고 국수와 빵류 등도 거의 품절된 상태였다.

안씨는 "18일부터는 뉴저지 로완대학교에 동네 주민의 출입이 금지됐다"며 "3일 후에는 학교가 완전히 폐쇄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적극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안씨는 "지금껏 마스크를 낀 사람은 16일 들른 마트에서 딱 2명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주일 전부터 귀국 노력을 하고 있지만, 뉴저지주 인근의 뉴욕 공항은 피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진 뉴욕에서는 지난 25일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나흘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안씨는 이처럼 귀국이 시급한 와중에도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밀폐된 비행기를 타기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밀폐된 비행기 내에 확진자 또는 무증상 감염자가 함께 탑승할지도 모르는 탓이다.

◆"금전적 손해보다 귀국 못할까 두려움 컸다"

 

인적이 없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렌체 모습. [사진=독자 제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 세계에서 3만7000여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만 1만159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현지 교민들이 겪는 두려움 또한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토스카나주 피렌체에서 귀국한 이항아(여·28·유학생)씨는 "이탈리아는 거의 지옥"이라며 "확진자와 사망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시신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일 평균 7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죽어나가고 있다"며 "그중 의료진 감염률도 높다.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씨는 "매우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0일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이튿날 이씨가 다니던 학교도 25일까지 임시휴교 조치에 들어갔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자 학교 측은 "수업 재개 시점이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씨는 16일경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이씨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항공편 취소와 전화 연결 불가 등으로 만만치 않은 귀국길을 겪었다.

두 차례 항공권 취소 끝에 이씨는 400만원가량의 편도 티켓을 구해 귀국했다. 로마에서 카타르 도하를 거쳐 인천으로 귀국하는 경유티켓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내에 있는 가족이 한국 내 카타르항공 지사를 직접 방문, 항공스케줄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한 차례 더 취소돼 미리 예매한 기차와 호텔 비용 등을 모두 날려야만 했다.

이씨는 "금전적인 손해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특히 "(항공사 측이) 두 차례에 걸쳐 취소된 항공편을 결항 확정 후에도 판매하고 있었다"면서 "항공권을 환불해주지도 않고 1년 동안 유효한 바우처로 돌려줬다"고 지적했다.

귀국 후 무증상자로 분류된 이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2주간 의무 자가격리 조치에 따라 현재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현지에서 이씨와 함께 유학생활을 한 친구들은 31일(현지시간) 로마에 도착하는 정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게 된다.

이씨 역시 귀국을 준비하던 기간 현지 한인회에서 진행한 귀국 희망 수요조사에 참여해 임시항공편 탑승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귀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임시항공편 투입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막연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또 다른 금전적 손해도 막심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러면서 "(이탈리아 현지) 격리 생활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스스로 여기(이탈리아)에 온 목적을 잃고, 타국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게 돼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안장환(남·27·대학생)씨, 이항아(여·28·유학생)씨.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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