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에 이미 확산했을 수도"-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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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3-3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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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원지가 중국 아닐 수도 있다는 추론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하기 이전에 이미 수십 년 동안 인간 사이에서 조용히 확산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호주·영국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의학 전문지 '네이처메디신'을 통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수십 년 동안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발원지나 중간 숙주 동물을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발생 시기에 관한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다른 가능성도 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인간 사이의 집단감염이 반복되면서 돌연변이를 거쳐 강력한 전염력을 지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유전자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서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의 공통점은 모두 박쥐로부터 시작돼 다른 동물을 매개체로 인간에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는 천산갑, 사스는 사향고양이, 메르스는 낙타가 매개체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간에게서 발견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고양이, 낙타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99% 유전적 유사성을 지니지만, 코로나19는 박쥐나 천산갑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 차이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근 유행하기 훨씬 이전에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전국 보건연구소의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가 치명적으로 변하기 전에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점차 진화해 사람 간 전염 될 능력이 생겼으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바이러스로 진화했다고 추론했다. 지금껏 소규모로 은밀하게 확산할 때는 인간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유전적 특성이 발현해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진 후 인간에 의해 발견돼 코로나19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사진=아주경제DB]

SCMP는 이러한 추론이 최근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이 잇달아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중국 과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은 맞지만, 발원지가 중국이나 후베이성 우한(武漢)이라는 근거는 없다"며 "발원과 발생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일본, 한국, 이탈리아, 미국 등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중국을 여행하지 않고, 밀접 접촉 경험이 없음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외부 세계에서도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사평은 중 원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해서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면서 "발원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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