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단지별 급매 한 두건…"서울 집값 대세 하락 판단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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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안선영 기자
입력 2020-03-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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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가 낮춘 급매물 통계 반영, 가격 내림세로 비쳐져...코로나19로 하락장 여건은 갖춰

  • 불확실성 너무 많아...매수대기자들, 섣불리 매수 나서지말고 지켜봐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감정원 등의 통계지표로 나타난 서울 집값 내림세가 대세 하락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단지별 한두 건의 급매물로 인해 호가는 떨어진 반면, 거래가 거의 없어  일종의 착시라는 분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도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1일 "현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매물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양도소득세 중과면제 기한인 6월 말 전에 매도하려는 급매물"이라며 "정부 규제에 의한 인위적 매물이기 때문에 이를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본격 하락세가 시작되려면 매물이 쌓여야 하는데 현장에선 급매물 한두 건만 출시되는 상황"이라면서 "매도·매수자들의 기대심리 자체가 꺾인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지역은 그간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방압력이 심한 것"이라면서 "강북지역은 상승세가 둔화했을 뿐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수자의 적극성이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저금리에 유동자금이 시중에 많이 풀려 있어 단기간 집값 급락 장세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3구의 2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07% 하락했다. 그러나 강남은 지난해 10월부터 0.72%, 0.79%, 1.85%로 매월 급등해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약세가 계속된다면 인천,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풍선효과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면 후발주자는 선발주자를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지역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마용성은 지난해 10월 0.56%, 11월 0.59%, 12월 0.65%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수용성도 지난해 12월 0.90%로 오르더니 올 1월 1.17%, 2월 2.03%로 서울보다 한 발 늦게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집값은 강남부터 오르고, 강남이 가장 늦게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강남에서 하락 조짐을 보인다는 건 풍선효과로 따라 오른 지역들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본지가 이날 취재한 지역별 실거래가 추이는 이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봐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하락장이 시작되겠지만, 반대라면 다시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가 왔기 때문에 집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면서도 "실수요가 적은 고가 아파트는 타격을 받겠지만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보합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다만 부동산경기는 실물경기를 후행하는 경우가 많아,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결국 집값도 꺾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부실해진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금융권까지 연쇄반응을 일으켜 주택시장도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에 따른 '후폭풍'도 지켜봐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 말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박 위원은 "보유세 부담은 주택 시장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며 "다주택자 중심으로 보유·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매물에 대한 매수에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지켜볼 시기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코로나 영향이 아직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된 게 아닌 데다, 공동주택 공시가 인상과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 등 정책에 따른 영향이 아직 주택시장에 완벽하게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변수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랩장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제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고 있고, 소비나 생산 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 "일단 매수대기자들은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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