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공표된 베트남 정부의 서비스업 중지 행정명령이 27일부터 하노이에 본격 시행되자 불편을 호소하는 한 교민의 볼멘소리다.
베트남 정부가 해외입국을 금지하는 외부단속에 이어 내부도 초강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장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임시 폐쇄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18일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18일 0시를 기해 사람들이 모이는 일부 영업장을 중단한 데 이어 2차 강화 방안이다. 이번 2차 조치에는 필수생활 시설로 지정된 식품 소매업과 의약품 판매만이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베트남 정부는 이와 함께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필수적인 일 외에는 외출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2인 이상의 사적 모임은 아예 금지했다. 국내 항공편은 대폭 축소되고 시내 대중교통수단 운행금지, 택시와 그랩은 운행이 제한됐다. 일부에선 5대 직할시(하노이, 호찌민, 하이퐁, 다낭, 껀더)가 곧 강력한 봉쇄조치가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까지 들린다. 사실상 베트남 내수경기가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미딩 에메랄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모든 서비스업이 폐쇄된다는 말에 설마했지만 막상 모든 가게가 문을 닫자 생활의 불편함이 곧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약 2주간 모든 식당이 폐쇄되면서 당장 모든 먹거리는 K-마트 등 일부 한인 마켓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매장에는 방문 고객들이 연신 “내일은 여냐. 물품들은 충분하냐”는 말을 점원에게 되물었다.
K-마켓 측은 “현재 한국제품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제한조치에 따른 교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각 매장의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전했다.
거리 역시 텅 비었다. 일부 오가는 택시와 오토바이를 제외하고선 마치 사람의 흔적이 없는 유령도시가 됐다. 한인타운 내 아파트 로비는 일부 오고가는 배달직원들을 제외하곤 출입자 체온을 재는 경비직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베트남 교민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일반 국민들도 대부분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실상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노이 시내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투쑤언특씨는 “정부 결정에 따라 당초 4월 5일에서 15일까지 사업장의 휴무를 연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직원수를 대폭 줄이고 긴축경영에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한 여행사의 대표는 “이미 여행업은 코로나 확산에 개점휴업상태였지만 이번을 계기로 사실상 존폐기로에 놓인 것 같다”면서 “이번 정부방침에 따라 당분간 고향으로 돌아가 쉬면서 노령의 부모님을 돌볼 것”이라고 전했다.
◆호찌민 등 베트남 남부가 더 큰 타격...내수악화에 실업자 2배 증가
이번 2차 서비스업 제한조치에 베트남 남부지역은 북부지역보다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이자 남부중심지인 호찌민시는 관광, 서비스업 비중이 북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온라인매체 징(ZING)에 따르면 이미 버스, 그랩 등 대중교통 제한조치가 내려지기 전 호찌민 시내의 서비스업 종사자들 수십만명이 각자의 고향으로 떠났다. 이는 텟(Tet)명절 이후 최대의 인구 이동이다.
호찌민시 정부는 서비스업 분야에만 약 6800개 기업에서 약 60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호찌민 지역에서 2월 실업보험을 신청한 실업자 수는 4만7000명 이상으로 1월(2만9839명)에 비해 59.2%,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 증가했다.
호찌민은 10만으로 추산되는 아세안 지역 최대 한인거주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주재원을 중심으로 하는 하노이 교민사회와 달리 호찌민은 자영업자 중심이어서 그 여파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호찌민의 한 교민은 중국사람들까지 몰리면서 한창 번창하던 푸미흥(한인밀집지역)이 순식간에 고요한 동네로 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호찌민에선 일부 외국인과 현지인들의 모임이었던 부다(Buddha) 바 모임을 통해 확진자가 대거 늘자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호찌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푸미흥의 파크뷰 아파트 등도 함께 폐쇄조치를 당했다.
푸미흥 지역의 한 교민은 “이번에 파크뷰뿐만이 아니라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많은 아파트들도 함께 폐쇄조치를 당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 귀국을 고려하는 교민들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 연일 증가세...“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최근에는 하노이 대형병원인 박마이 병원에서 확진자가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이 병원은 매일 평균 방문자만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즉각 신규 입원은 중단하고 병원 일부시설 폐쇄조치에 나섰지만 확진자들의 동선이 워낙 복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30일 하노이와 호찌민을 전역 봉쇄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확진자의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봉쇄를 통해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애기다. 만약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된다면, 서비스업 초토화에 이어 하노이나 호찌민 주변에서 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인원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제조업까지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당초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통일전쟁(인도차이나 2차전쟁)의 전승기념일인 4월 30일까지 코로나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정부는 향후 1~2주를 코로나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최대 고비처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단기간에 끝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31일 긴급공표를 통해 코로나 전국적 유행을 선언하고 “학교의 무기한 휴교령도 고려하고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오는 15일을 1차 목표로 온 국민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코로나 확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