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재판만 50여차례 열렸지만 아직까지 1심 결론도 내지 못한 가운데 앞으로도 재판의 끝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59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측근이면서도 법원 내 진보법관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 연구회’ 회장으로 취임한 다음 연구회 내부의 세세한 내용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불꽃튀는 장외신경전이 시선을 모았다.
검찰은 이날 변호인 측에 대해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했다. 발췌한 증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해놓고 왜 발췌증거를 내느냐부터 ‘동의하지 않은 서증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왜 하느냐’며 물고 늘어졌다.
변호인 측이 “민감하지 않은 것은 넘어갈 수 있지 않느냐”라고 넘어가려 했지만 “지난 번 재판에서 발췌한 자료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제지했다. 결국 재판부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이의제기가 계속되자 변호인 측은 한숨을 쉬는 등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이처럼 ‘까칠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앞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이 검찰의 재판 진행에 수시로 발목을 잡은 것에 대한 ‘보복’성격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은 수백명의 증인과 엄청난 양의 증거를 신청한 것은 물론 검찰 측 증거의 ‘완결성’를 검증해야 한다며 수만페이지에 달하는 USB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마지막까지 비슷한 공방이 계속됐다. 마무리 단계에서 검찰은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사항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 측은 ‘오늘 할 반대신문 사항은 충분히 줬다’며 반박했지만 검찰 측은 ‘모두 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변론전략을 사전에 유출하지 않으려는 변호인과 사전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검찰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 결국 재판부가 “전체 신문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서야 대립은 일단락 됐다.
한편 이날 이규진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수진 전 판사를 다시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이 판사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연구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당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이 판사 뿐이었다’면서 “하소연을 했을 뿐 딱히 어떤 의견을 낸 건 아니다”라는 것이 증언의 골자다.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재판의 쟁점과는 별 관계가 없는 내용. 이 때문에 굳이 이 전 판사를 거론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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