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②코로나19 직격탄에 기업들 잇따라 '타락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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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4-0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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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자동차 등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투자 적격 등급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진 '타락천사(fallen angel)' 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공포 속에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쪼그라든 가운데 투자급등 하향으로 기업들의 자본조달은 더 어려워질 위험이 커졌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 신용등급 빨간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산업군을 중심을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회사채가 이미 76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 3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는 일제히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공급망 훼손 등을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신용등급 대부분을 하향조정했다.

S&P는 지난달 25일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포드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인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떨어뜨렸다. 무디스와 피치도 포드 등급을 각각 Ba2, BBB-로 한 단계씩 강등시켰다.

무디스는 독일 BMW 신용등급도 종전 A1에서 A2로 내렸다. 무디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 도요타, 닛산, 혼다도 신용등급도 일제히 낮췄다. 도요타 등급을 Aa3에서 A1로, 혼다 등급을 A2에서 A3로 떨어뜨리고, 닛산은 Baa1에서 Baa3로 2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도 신용등급 하향조정 대상에 들여놨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항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S&P는 지난달 델타항공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2단계 낮춰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독일 루프트한자 등급을 Baa3에서 Ba1로 낮췄다.

코로나19로 강제 폐쇄에 놓인 소매업체들도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졌다. 피치는 메이시스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1단계 하향조정했다. 마이클코어스 모회사 카프리는 BBB-에서 BB+로 낮췄고, 코치 모회사 태피스트리는 'BBB-'에서 'BB'로 2단계 내렸다. 피치는 "다수의 미국 소매업체들이 5월 중순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며 "일부 매출이 온라인으로 이동해도 80~90% 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용등급 비교표]


◆무디스, "디폴트 위험 높아진다" 경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정크본드 회사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회사채발 금융위기 우려도 한층 커졌다.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격차)는 최근 4%p까지 벌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조달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신용평가회사들은 회사채 부도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무디스는 지난달 30일 미국 회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비금융 회사채 규모는 6조6000억 달러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78%나 불어난 상황.

무디스는 특히 항공·숙박·크루즈·자동차 부문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가 폭락으로 인해 에너지업계 위험이 크고 은행도 저금리와 신용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는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해 안에 회사채 디폴트 비율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웃도는 18.3%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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