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처럼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정부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병목현상이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업무 마비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소상공인은 제때 자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의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대출 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 정책, 출생년도 끝자리에 맞춰 대출신청을 할 수 있는 ‘홀짝제’, 카카오톡으로 상담시간을 전달받을 수 있는 ‘스마트 대기 시스템’ 등은 새롭고 과감한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도와 문제점이 동시에 표면에 드러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번을 계기로 국가 단위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기존의 지원체계와 틀을 통해 대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며 “위기 상황에서 수요가 몰렸을 때 공급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 연구위원은 경제·사회적 위기 때 발동시킬 수 있는 경제적 약자 지원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이 국가적 위기라는 전제 하에) 정부의 지원사업 신청자가 몰리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와 힘을 합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관의 지역센터에만 집중하지 말고, 만약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에서 단기적으로라도 신청을 받는다면 신청자가 분산돼 병목현상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소상공인지원센터 직원 몇 명이 해당 지역 신청자를 모두 받는 것보다, 시·군·구청에 가서 해당 업무를 지자체 직원과 함께 수행해 주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업무 분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 역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약자 지원 시스템 구축에 동의하면서 “평시 지원사업이 부처별로 너무 많은 거 같다”며 “이는 ‘다양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정책수요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이를 단순화해서 ‘부처-정책-각 지역 기관 또는 금융기관-소상공인’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금을 바로 줘야 한다”며 “이렇게 단순화해야 위기 때 즉시 지원이 가능하고, 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리스크부터 신용도 평가까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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