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미증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첫째는 개인신상에 대한 정부기관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진 것이다. 감염병으로부터 자국민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보다 스마트한 통제가 이루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관리방법은 앞으로도 더 기능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다. 동시에 보다 철저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체제가 붕괴되면 절망이다. 감염병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디지털 건강관리시스템의 발전이 예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융합하여 향후 우리 생활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될 것이다.
둘째는 비대면, 비접촉의 양상으로 모든 사회가 변하고 있는 점이다. 여행이나 레저는 물론, 극장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하고 외식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마트에서 구매하던 식품은 온라인 구매로 옮겨가고 식생활이 배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무인점포가 활성화하고 자율주행 차량이나 드론을 이용한 물류유통이 주가 되는 추세가 앞당겨질 것이다. 스마트워크, 온라인 교육체계의 수립도 적극 수용하게 만들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이 1인 공간, 격리된 공간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크다. 무인 서비스와 함께 공급체인 관리, 서비스 로봇의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누가 더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된다. 비접촉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도시와 산업이 진화할 것도 분명하다. 이와 같은 모든 양상은 현재의 제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다. 5G, 인공지능(AI),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많은 공장·기업·가정에 보급되고 기업들은 생산 네트워크를 혁신해 위험을 분산 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효율성, 생산성 제고 중심의 운영보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역동적 글로벌화가 아닌 자생적 산업 생태계의 구축이 바로 이를 의미한다.
셋째는 국가간의 이념적 대립이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어느 국가라도 이제는 감염병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는 전 세계 차원의 공동대응을 요구한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핵폭탄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재앙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념적 대립보다는 생명을 지키는 일에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경제협력은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제4차 산업혁명 분야를 기반으로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남북한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북한의 기술이다. 북한은 IT와 CNC 기계 산업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었다. 평양에 문을 연(2013년) 무인공장(326전선공장)은 수준면에서 상당할 정도다. 공장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조종실에만 일부 인력이 근무할 뿐 생산 전 과정이 자동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도 우주항공 통신, 드론, 블록체인, 가상화폐, 보안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한편, 남한은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로봇,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남북한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연구 개발하는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과의 제4차 산업혁명 관련한 남북 협력사업은 대북 제재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러나 ICT 기술을 활용한 남북한 보건협력, 특히 원격진료와 같은 분야는 대북 제재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남한의 총선이 끝나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개선과 협력을 위한 보다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정부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이대로 두고 임기를 마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남북협력의 시너지가 중국,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동북아로 확장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도록 힘을 기울여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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