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남북경협, 낡은 틀 깨고 4차산업으로 새 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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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입력 2020-04-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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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대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미증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첫째는 개인신상에 대한 정부기관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진 것이다. 감염병으로부터 자국민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보다 스마트한 통제가 이루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관리방법은 앞으로도 더 기능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다. 동시에 보다 철저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체제가 붕괴되면 절망이다. 감염병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디지털 건강관리시스템의 발전이 예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융합하여 향후 우리 생활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될 것이다.

둘째는 비대면, 비접촉의 양상으로 모든 사회가 변하고 있는 점이다. 여행이나 레저는 물론, 극장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하고 외식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마트에서 구매하던 식품은 온라인 구매로 옮겨가고 식생활이 배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무인점포가 활성화하고 자율주행 차량이나 드론을 이용한 물류유통이 주가 되는 추세가 앞당겨질 것이다. 스마트워크, 온라인 교육체계의 수립도 적극 수용하게 만들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이 1인 공간, 격리된 공간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크다. 무인 서비스와 함께 공급체인 관리, 서비스 로봇의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누가 더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된다. 비접촉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도시와 산업이 진화할 것도 분명하다. 이와 같은 모든 양상은 현재의 제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다. 5G, 인공지능(AI),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많은 공장·기업·가정에 보급되고 기업들은 생산 네트워크를 혁신해 위험을 분산 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효율성, 생산성 제고 중심의 운영보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역동적 글로벌화가 아닌 자생적 산업 생태계의 구축이 바로 이를 의미한다.

셋째는 국가간의 이념적 대립이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어느 국가라도 이제는 감염병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는 전 세계 차원의 공동대응을 요구한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핵폭탄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재앙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념적 대립보다는 생명을 지키는 일에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남북한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가능성도 크게 열어놓고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주목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AI와 정보처리기술(IT)이 결합해 경제·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기술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 적용이 가장 용이한 분야이기도 하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환경기술과 함께 핵심을 차지하는 분야인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단번 도약”의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를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최첨단돌파사상’과 ‘새세기산업혁명’은 제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개념이다. 북한은 ‘새세기산업혁명’을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경제와 과학기술문제를 풀어나가는 북한식 창조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CNC(컴퓨터수치제어)가 기술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CNC를 국제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컴퓨터제어 정밀공작기계로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뒤떨어진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적 부흥을 일으키기 위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대명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CNC가 핵·미사일 개발의 기반이 되었으나 이를 전 산업에 확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북한의 제4차 산업혁명은 컴퓨팅 기술을 기계에 결합하는 CNC화와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하는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 경제협력은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제4차 산업혁명 분야를 기반으로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남북한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북한의 기술이다. 북한은 IT와 CNC 기계 산업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두었다. 평양에 문을 연(2013년) 무인공장(326전선공장)은 수준면에서 상당할 정도다. 공장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조종실에만 일부 인력이 근무할 뿐 생산 전 과정이 자동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도 우주항공 통신, 드론, 블록체인, 가상화폐, 보안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한편, 남한은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로봇,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남북한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연구 개발하는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과의 제4차 산업혁명 관련한 남북 협력사업은 대북 제재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러나 ICT 기술을 활용한 남북한 보건협력, 특히 원격진료와 같은 분야는 대북 제재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남한의 총선이 끝나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개선과 협력을 위한 보다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정부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이대로 두고 임기를 마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남북협력의 시너지가 중국,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동북아로 확장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도록 힘을 기울여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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