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4세 조연주 한솔케미칼 사장에 대한 재계의 일관된 평가다.
조 사장은 2014년 기획실장으로 부임, 경영 일선에 참여하면서 곧바로 사내이사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외사촌지간인 그는 범삼성가 4세 중에서 가장 먼저 등기이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후 한솔케미칼 실적 호조에 기여하면서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사장직에 올랐다. 이대로 가면 아버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한솔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원톱’이 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증조부와 할머니, 아버지에 이어 4대째 ‘경영 DNA’를 물려받은 조 사장이 입사한 이후 한솔케미칼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그가 입사한 2014년 한솔케미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81억원, 282억원이었다. 해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했고 2019년 매출은 2014년보다 2배 가까이 성장한 5876억원, 영업이익은 4배 가까이 뛴 111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한솔케미칼이 14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2016년 조 사장이 직접 인수·합병(M&A)에 나서 화제를 모은 ‘테이팩스’다. 테이팩스는 산업용 테이프와 반도체·2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이다.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16억원으로 한솔케미칼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알짜 자회사로 부상했다.
조 사장은 이처럼 한솔케미칼의 M&A와 비주력 사업 매각 작업을 주도하며 기업가치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16년 테이팩스 인수와 유가증권시장 상장, 한솔씨앤피(한솔CNP) 매각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조 사장의 선견지명은 한솔케미칼 입사 전부터 갈고닦은 경영감각에서 비롯된다. 미국 웰즐리대(미디어학)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근무했다. 그의 남편도 BCG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다. 글로벌 의류업체인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애널리스트로도 활동하는 등 ‘준비된 경영 후계자’로 실력을 다졌다.
문제는 고 이인희 전 고문의 삼남인 숙부 조동혁 회장이 이끄는 한솔그룹(한솔홀딩스)과 한솔케미칼의 관계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의 아버지인 조동길 회장이 계열 분리를 통해 한솔그룹 둥지를 떠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선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생전 어머니의 뜻에 따라 2002년 삼남 조동길 회장이 한솔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는 데 삼형제 모두 순순히 동의했다. 이 고문의 별세 후에도 한솔그룹은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을 양대 축으로 지금까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조동길 회장의 사위인 한경록 한솔제지 상무(미국법인장)와 장남 조성민 한솔제지 수석(차부장급)은 조연주 사장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다. 이들 두 사람이 한솔그룹 후계구도에서 지분율을 높이면 조 사장 역시 한솔케미칼의 지분율을 끌어올려 경영권을 다져야 한다.
현재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조동혁 회장으로 올 1월 기준 지분율은 14.47%다. 조연주 사장의 지분율은 0.03%로 지배력은 미미한 상황. 조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는 국민연금(14.22%)이다.
다만 조동길 회장 역시 한솔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의 지분율이 적어 경영 지배력을 안심할 수 없다. 3월 현재 조 회장과 아들 조성민 수석의 지분율은 각각 13.37%, 0.68%인 상황.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은 당초 21.82%에서 24.91%로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한솔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4세의 영향력도 현재로선 미미한 실정”이라면서 “다만 조연주 사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했고,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내외 신임을 얻고 있다. 계열분리 이슈가 없는 상황에선 향후 조연주-조성민 사촌간 경쟁구도가 한솔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