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선대 회장을 기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조 선대회장의 뜻이었던 가족 간의 화합은 맏이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불참으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 회사차원 행사 없을 듯
한진그룹은 조 선대회장의 1주기를 맞아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조 회장을 비롯한 가족과 그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조 선대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향년 70세에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룹을 반석 위에 올린 조 선대회장의 1주기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회사차원의 행사를 갖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조 선대회장의 1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그의 경영철학을 되새기고, 변화의 의지를 다지는 데 소홀히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선대 경영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마주한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조 선대회장은 생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에서도 도약을 향한 도전정신과 실천의지가 꺾이거나 약화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최근 조현아 연합(KCGI, 반도건설)과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둔 조 회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대대로 내려온 한진그룹의 핵심 DNA인 ‘도전정신’과 ‘실천의지’가 위기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회장은 코로나19의 극복을 진두지휘하며, 절망에 빠진 항공업계에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항공 수출물량을 소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발 빠르게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한 게 대표적인 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부터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베트남 등 코로나19로 운항 중단한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도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보유한 중대형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수익 창출에 나섰다.
◆불참한 조현아... 조 회장에게도 큰 고민거리 “코로나19의 성공적인 극복이 답”
다만 이날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에 이어 조 회장에게도 큰 숙제다.
조 전 부사장은 조 선대회장의 생전에도 '땅콩회항' 사건과 더불어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큰 고민거리를 던졌다.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까지 했다.
조 회장이 그룹의 수장이 된 후에도 조 전 부사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축해 동생 끌어내리기에 현재도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지만 여전히 야욕을 버리지 않았다.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위기에 봉착한 한진그룹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KCGI는 지난 1일 한진칼 주식 총 36만5370주(지분율 0.62%)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9.36%가 됐으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의 지분을 더하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총 42.74%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에게 완전히 등 돌린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앞길의 큰 변수 중 하나”라며 “조 회장이 코로나19발 위기의 성공적인 극복을 통해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면 더 이상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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