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 전문가들은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한 앞으로도 반전세·월세 매물이 늘기 어렵고 세금을 임대료로 전가하는 사례도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십만원의 월세를 받는 것보다 전셋값을 수억원 올려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란 것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 기준 아파트 임대계약 7520건 중 전세 비중은 74.1%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반전세(준전세) 비중은 12%에서 10%로 줄었고 준월세(15.7%→15.1%)와 월세(0.96%→0.81%)도 모두 감소했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계약이며, 준월세는 12배에서 240배, 월세는 12배 이하 구간을 말한다.
연도별 추이를 봐도 전세거래 증가세가 뚜렷했다. 아파트 임대계약 중 전세 비중은 2015년 65.3%에서 △2016년(65.5%) △2017년(67.9%) △2018년(71.5%) △2019년(72.4%)까지 줄곧 늘었다.
반전세가 줄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한국감정원 서울 평균 아파트 준전세가격 누적 변동률(2017.5~2020.3)은 0.0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월세는 오히려 평균 2.6% 떨어졌다.
보유세 증가 및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전세 비중이 늘어난 현상의 주요 원인은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을 올려받아 추가 주택 구입에 나서고자 하는 임대인과 월세보다는 저리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 하는 임차인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앞서 전세 비중이 2011년 84.4%에서 2014년 74.7%까지 줄었던 시기에는 금리뿐 아니라 집값이 하락하면서 은행이자와 전세를 낀 주택매매 수익률이 낮아진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연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2010년(-2.04%)과 2011년(-0.49%), 2012년(-5.93%). 2013년(-0.57%) 하락한 후 2014년(1.46%)에야 소폭 상승한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2010년7월 2.25%에서 2011년6월 3.25%까지 오른 후 2014년10월 2%까지 약 3년여간 떨어지는 추세였다.
최근 본지 ‘아파트부자들’ 연재작에 출연한 A씨(60억원대 8주택 보유)는 "저도 그렇지만 다주택자는 이미 세금이나 대출이자를 충당할 오피스텔 등 월세용 매물이 있기에 굳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는 한 해에 보유세를 900만~1200만원씩 내고 있지만, 오피스텔 한 채에서 받는 월세 70만원(연 840만원)으로 이를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
A씨는 이어 "보유세 부담이 너무 크면 차라리 전세를 수억원 높여 충당하는 게 낫지 매달 월세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세입자들도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반전세나 월세로 돌렸다가 이사 시기를 못 맞추면 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빼줄 수 없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투자 전문가 월용이로 알려진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도 "보유세와 월세 반전세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듯하다"며 "애초에 전세를 받다가 반전세로 돌릴 이유가 많지 않다. 전세금을 낮춘 만큼 보증금을 빼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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