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고 조 전 회장의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추모 행사에는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참석할 계획이다.
조 전 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일념으로 한국 항공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은 조 전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다시 새기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헤쳐나갈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경영 철학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조 전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항공기를 매각하고 다시 임차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이듬해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하는 등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했고, 또 2008년 저비용 항공사(LCC)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에어를 창립했다.
조 회장도 코로나19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세워져 있는 상황이다. 꽉 막힌 하늘길로 자칫하다간 문 닫을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심각해졌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3월 4주차 기준으로 전 세계 181개국의 한국발 입국금지·제한조치에 따라 국제선 여객은 96% 감소했고, 국내선 여객은 60%까지 하락했다. 국적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86.6%)는 쉬고 있다.
이에 조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면 주기료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3배가량 뛰고 있는 화물료로 수익도 낼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라는 판단이다. 조 회장은 앞서도 선친의 경영 철학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 근무시 미국발 금융 위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위기에서 발상을 전환,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를 대폭 유치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인력의 70%가량 직원 휴업을 실시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한다.
조원태 회장 앞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한 경영 정상화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최근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시동을 건 만큼 실제로 이사회가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지키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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