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증언을 한 사람은 '사법농단' 사건 연루자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다.
이 전 위원은 지난주에 열린 재판에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양 전 대법원장이 불쾌감을 피력'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비상 대처가 필요하다'는 등 이날과는 상반되는 증언을 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환 전 대법관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특히 박 전 대법관 변호인 측은 "(대법원 수뇌부가 헌재 내부정보를 입수하려 한 것은) 두 사법기관 사이에 법적불안과 사법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감정적인 갈등 차원의 문제로 대응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묻는 등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대법원이 헌재의 정보를 받아오던 것은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진행되던 것이고 두 기관 사이에 암묵적인 허가가 있었으며, 오로지 공익적인 목적만으로 정보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주 열린 재판에서는 '양승태 사법부가 헌재에 대해 감정적인 대처를 하려 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노조활동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맞서 양승태 사법부가 매우 불쾌해하며 비상 대처방안을 위한 보고서를 요구했다고 증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의 요청에 따라 문성호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 심의관은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에 대한 비상적이고 극단적인 대처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는 '헌재의 존립 근거 위협하는 방안', '헌재의 역량 약화 방안', '헌재 여론 악화 방안' 등 헌재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대법원장이 경력이 낮은 법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해 헌재의 위상을 낮추거나 안국역에 헌재의 결정번복·담심제의 폐해 등을 지적하는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의 대응방안까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전 상임위원은 "실현 가능한 방안도 없고 실현된 것도 없다”며 “만약 실행했다면 조롱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실행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작성한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특히 과거에도 이 같은 보고서가 있었고 헌재 역시 파견법관을 통한 정보수집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대법원과 헌재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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