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매각을 포함해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담은 자구안을 이르면 이번 주 채권단에 제출한다.
자구안에는 두산중공업의 계열사 매각뿐만 아니라 ㈜두산의 일부 사업 부문 매각 등 두산그룹 전체 조직을 재정비하는 수준의 구조조정 계획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돈 되는 것은 다 팔겠다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가장 유력한 매물은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30일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을 한 외국계 금융사를 통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의 자금난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10년 동안 1조7000억원을 지원하면서 현재 자금난의 주원인으로 꼽혀왔다. 두산중공업의 매각 의지에도 불구,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건설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사업부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보일러와 터빈 등을 생산하는 발전설비 부문을 제외한 일부 사업부를 팔 수 있다는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부문은 크게 △원자력 설비 △발전 플랜트 EPC △건설사업부 △담수·수처리(Water) 설비 △발전설비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담수·수처리(Water) 설비 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바꾸는 담수화 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전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매각은 영업양수도 형태가 유력하게 점쳐지며 매각대금은 약 2000억~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이뤄진 두산메카텍의 현물출자와 같은 자본확충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중공업은 비주력 사업이지만 라데나CC 등 골프장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큐벡스의 지분(32%) 매각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과거 두산건설이 소유하다 두산중공업이 1080억원에 사들인 이후 적자를 거듭했으나 2018년 흑자 전환했다. 다만 매각 금액 규모가 채권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룹 차원에서 주요 사업 부문을 내다 팔 가능성도 크다. 채권단이 “대주주의 고통 분담”을 강조한 만큼, 두산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이 큰 자회사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와 사재출연’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카드다.
가장 매력적인 우량 자회사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다. 두 회사는 ㈜두산 양대 신사업인 2차전지용 전지박·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생산과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했다. 두산퓨얼셀은 같은 기간 매출 2212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두 회사는 ㈜두산의 보유지분이 18%가량에 불과하고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자 지분이 40%에 육박한다. 이에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사업 성장성이 큰 만큼 매각 시 적잖은 경영권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두산에서 유통 등 비핵심 부문도 매각 대상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두산 유통 부문은 사실상 두타몰만 남아 있다. 두산타워(두타) 건물 8개 층마저 현대백화점에 임대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2008년 인수한 중앙대학교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앙대의 부채는 2000억원에 달해 매력도가 떨어진다. 10여년 전 인수를 타진했던 LG, 롯데 등도 실익이 적은 학교법인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조원의 자금 수혈을 받은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두산그룹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구조조정은 핵심 사업부만 남기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과연 두산의 비핵심 사업부를 누가 사려고 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두산 관계자는 “주요 자회사 매각을 포함해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면서 “채권단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착실히 안을 마련해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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