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9차 공판기일에서 재판부가 검찰 측에 한 말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10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이후로 계속 논란이 돼 왔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첫번째 공소장'이다. 지난해 9월 6일 조국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날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표창장을 위조해 프린트한 뒤 총장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쯤되면 첫번째 공소장은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고 무작정 제출부터 하고 본 것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정상적이라면 첫 공소장을 철회하고 공소장을 다시 제출해야 하겠지만 검찰은 굳이 첫 공소장의 변경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거부당하자 추가 공소장을 냈다.
하나의 '표창장 위조'에 공소장이 두개가 된 상황. 하지만 검찰은 전임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기 때문에 공소장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임 재판부(송인권 부장판사)가 잘못한 것이지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검찰이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하자 새 재판부도 더 이상 검찰에 공소장 철회 등을 요구하지 않았고, 결국 이 문제는 재판부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런데 8일 열린 재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번지는 인주로만 직인이 찍혔는지, 아니면 전산 프린트된 것도 있는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 출석한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모씨는 "모든 상장은 인주로 된 도장을 다 찍어서 나간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박씨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박씨의 핸드폰에서 나온 녹음파일을 제시하는 등 공을 들였다.
녹음파일에서 정 교수는 "인터넷 이미지로 (직인을) 찍는 가능성은 없는지?"를 물었고 박씨는 "우린 빨간색 인주로 한다. 손으로 지워보면 지워진다"라고 답변했다. 정 교수가 재차 물었지만 박씨의 대답은 같았다.
검찰은 박씨의 증언을 통해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번지는 인주로 찍는 것 뿐이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범행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시각.
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의 1차 공소장 내용은 완전한 허위사실로 드러난 셈이 됐다. 정 교수가 제출한 표창장에는 '번지는 인주'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측 증인의 입으로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1차 공소장을 철회해야 할 상황. 하지만 검찰은 아직도 그럴 의사는 없어 보인다. 1차 공소장을 철회하는 순간, '수사도 없이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
한편, 이날 변호인 신문에서는 박씨 증언의 신빙성이 또다시 문제가 됐다. 박씨가 표창장 업무를 맡은 것은 2017년 이후로, 그 이전까지는 시설관리 업무만 맡았었기 때문. 결국 2013년 발급된 표창장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박씨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정 교수가 총장의 직접 결재가 아닌 위임전결 규정에 관해 물었을 때에도 2013년 당시 규정은 없으니 '최신판만 보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가 위조를 했다면 '굳이 어떻게 발급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변호인 측은 박씨가 제출한 녹음파일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화내용 전반이 녹음된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편집 녹음됐고, 심한 경우 정 교수의 말만 편집돼 있어 실제 발언의 취지를 알 수 없게 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박씨는 '교육청에 제출하기 위해 녹음했다"고 해명했지만 목적을 가지고 녹음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제기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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