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처 사립학교는 화상 수업을 한다는데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EBS 강의로 수업을 진행해요. 출석 체크도 아침에 안 하고 일주일에 49시간만 동영상을 들으면 출석을 인정해준다고 하니, 늦잠 자고 딴짓할 게 뻔해서 벌써 걱정입니다.
#. EBS는 쌍방향 수업이 아닌 데다 그마저도 사이트 접속이 어려우니 답답할 따름이에요. 순차적 개학이라면서 오늘부터 이렇게 말썽이면, 앞으로 계속 'F5'(새로 고침) 버튼 누르면서 씨름할 생각에 막막합니다.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EBS' 사이트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통신업계는 "트래픽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전반적인 인터넷 이용 속도가 느려지는 등 품질 저하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원격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작 전부터 "(EBS 사이트에) 겨우 접속했는데 로그인에서 '알 수 없는 사이트'라는 창이 뜬다.", "서버 장애로 연결이 안 된다. 먹통이다." 등의 게시글들이 마구 쏟아졌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트래픽 과부하가 아닌 EBS 클라우드 접속 오류 문제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운영 주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은 모든 통신사의 공통 이슈로,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온라인 개학에 따른 트래픽 급증 우려에 대비해 3월 말부터 유·무선 트래픽을 자체 점검하고, 병목 구간 용량을 우선 증설하는 등 선제적으로 조치했다. 인프라 관제센터 종합상황실에서는 트래픽 증감 추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아직 트래픽이 이상 수치까지 올라가진 않았다"며 "보다 안정적인 시청을 위해서는 TV 등 다른 경로를 활용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당장 소통 상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트래픽이 일부 증가한 만큼, 통신사들은 초·중·고교 전 학년의 온라인 개학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재택근무에 더해 지난달 일부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트래픽이 3배가량 증가한 사례도 있다.
추후 온라인 개학은 중·고등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이 오는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이 20일로 예정돼 있다. 전 학년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면 동시접속자 수는 최대 540만명으로 급증하게 될 전망이다. EBS가 최근 300만명이 동시에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2배가량 늘렸으나 수치상으로는 역부족이다.
중등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오후에 안정됐지만, 오전에는 EBS 서버가 다운돼 강의 시청에 애를 먹었다"며 "단순히 아침 시간을 피하라는 뻔한 말 대신 수요 분산을 위한 진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래픽 폭주에 따른 접속 장애의 대안으로 케이블TV, 위성방송 활용이 떠오른다. 인터넷 사각지대인 도서 산간지역 학생들의 경우 스카이라이프 전용 위성 중계기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마스크 대란처럼 일시에 수만명이 접속하면 속도가 느려지거나 서버가 다운될 수밖에 없다"며 "추가 서버 증설이 어렵다면, 정부는 강의·출석과 관련해 더욱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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