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실수?...증인신문 도중 “'정경심 PC’에는 총장 직인파일 없었다” 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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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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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보도가 있었죠. 근데 이 PC에서 발견된 사실이 없었거든요. 증인은 이 진위여부는 알 수 없었죠?

증인 : 그렇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9차 공판이 열린 지난 8일. 검찰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문제의 보도는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다음날 SBS가 단독으로 보도한 것. 당시 이 기사는 정 교수에 대한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보도에는 '검찰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확인됐다'고 언급돼 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법정에서 검찰과 증인의 입을 통해 ‘오보’임이 확인된 셈. 

이날 증언대에 선 인물은 동양대 교원인사팀장인 박모씨다. 박씨는 이날 검찰 신문에서 “정 교수가 ‘다른 교수들도 직인 파일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 직인은 어떻게 관리하나’라고 물어서 내가 ‘직인 파일은 없다’고 했다”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애당초 ‘직인 파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결국 있지도 않은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다시 확인된다. 당시 정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에서 ‘직인 파일이 나왔다’는 보도를 보고 무척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자신도 ‘직인 파일’이 있는지 몰랐었기 때문이란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위조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로 제시한 녹음파일도 그런 상황을 학교 측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전후 맥락을 검찰이 편집하고 잘라내 위조의 증거로 악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변호인 : ‘검찰이 압수수색한 교수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다'고 보도됐는데,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라고 정경심 교수가 전화로 묻지 않았나요?

증인 : 그렇습니다. 

변호인 :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오보였고, 그 컴퓨터에선 직인 파일이 안 나온 것 알고 있습니까?

증인 : 그 컴퓨터에서 (직인 파일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잘 모릅니다. 

변호인 : 디지털 직인 파일 어떻게 없다고 확정합니까?

증인 : 경험적인 것입니다. 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이날 증언대에 선 박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박씨의 증언이 변호인 반대신문 도중에 살짝 바뀌기 때문이다.

‘직인 파일이란 없다’던 박씨지만 ‘다른 증인들은 직인 파일이 존재했다고 증언했다’고 변호인이 다그치자 ”졸업장 파일은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을 바꾼 것.

또 이날 박씨의 증언은 수료증과 상장, 표창장을 혼동한 것이서 애시당초 증거능력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인은 박씨에게 ‘수료증’에 대해 묻지만 박씨는 ‘상장’이라고 대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논란이 된 직인 파일’의 존재 여부가 혐의입증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는 또다른 시각도 제기됐다.

검찰이 지난해 표창장과 관련해 추가로 기소한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의 하단부분의 이미지를 캡처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돼 있다.

이미 존재하는 ‘직인 파일’을 이용해 위조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상장의 하단부분을 캡처해 위조를 했다는 것이어서 ‘동양대가 직인 파일을 쓰느냐 마느냐’는 처음부터 혐의입증과 전혀 관련없는 것으로 엉뚱한 사항을 두고 법정공방을 계속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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