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뉴노멀(New Normal)’이다.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과거의 표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표준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하게 나타나고 있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률, 규제 강화, 미국의 영향력 축소 등이 일상화되는 추세를 일컫기도 한다. 근자의 사례를 보면 1980년대 신(新)자유주의에 근거한 규제 완화에 세계화 확대, 1990년대 ICT 기술의 급격환 보급으로 인한 정보화 혁명, 2010년대 이후 나타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한 글로벌 경제의 순응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10년 전후의 단위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뉴노멀에 적응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2020년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뉴노멀을 만들어낼 것임은 틀림이 없다. 현재 회자되고 있는 새로운 표준의 가짓수만 봐도 엄청나다. 우선은 생활방역이라는 뉴노멀이 현실적으로 들린다. 전염병이 상시적인 위험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다. 국가가 가진 방역이나 의료 체계에 대한 반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자연스럽게 환경파괴, 불평등, 인권침해, 빈부격차, 교육, 도시 기능 재편(스마트 도시) 등과 관련된 이슈들로 옮겨붙을 것이다. 대면(對面)에 대한 경계감으로 파생되고 있는 ‘언택트(Untact)’ 현상이다. 이는 업무와 일상과 연결된 것으로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폭발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항공이나 MICE 등 비즈니스나 관광 분야까지 변화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뉴노멀은 위기만 조장하는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기회를 불러온다. 다시 말해 ‘포스트코로나’ 신종(新種) 비즈니스가 뜰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다만 현재 예고되고 있는 것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비슷하게 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방법이 없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방향도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것이다. 바이러스 백신, 디지털 의료, 핀테크(캐시리스) 금융거래, 이커머스, 원격 교육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만도 수두룩하다. 엄청난 위기의 공포 속에서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들은 수면 하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위기가 클수록 반사적으로 생겨나는 기회도 클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당장 예감되는 것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재편이다. 가급적 시장에 가까운 곳으로 공장이 이전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긴 하지만 세계의 시장으로서는 아직은 미흡하다. 실제로 중국에 소재하고 있는 공장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것도 있지만 제3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지나치게 중국 공장에만 의존하다 보면 팬데믹과 같은 위기가 일시적으로 닥칠 시 고객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거나 공급망의 다양성이 대두된다. ‘니어쇼어링(Near-shoring)’과 ‘리쇼어링(Re-shoring)’, ‘China+1’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이는 가치사슬의 고도화로 연결되어 글로벌 제조업 지도의 개편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뉴노멀이 가져올 변화는 매우 선명하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비즈니스는 유형별로 규모나 속도에 차이는 있을 수가 있다. 어떤 것들은 완전히 기우(杞憂)에 그치면서 과거의 표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가까운 장래의 현실들이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공급망이 무너지면 모두가 허사다. 그래서 마구잡이 퍼주기식보다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시나리오에 대해 V, L, I 등 예측이 분분하다. 천문학적 돈이 풀린다고 보면 단기적으로 V자형 회복 가능성이 크다.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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