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업 추가 대책 '만지작'..."대기업 지원, 자구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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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4-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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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전국 공항 국제선 여객 수송량 전년동월대비 91.5% 급감

  • 두 차례 항공 지원 대책 발표했지만...입국금지 확대로 어려움 가중

  • 정부 "대기업, 포트폴리오 개편과 대주주 지분 처분 등 노력 선행해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항공업에 대한 세 번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대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스스로 구조조정, 지분 처분 등의 자구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정부의 늦어지는 지원책에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수입 줄었는데 고정비 어마어마"...전세계 항공 살리기 나섰다

항공업계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하루라도 빠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2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업종별 애로 및 건의사항'을 통해 항공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단기자금 지원 규모 확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의 요청이 괜한 엄살은 아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항공 여객 수(실시간 통계 기준)는 174만3583명이다. 월별 항공 여객 수가 2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또 전국 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64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1.5%나 쪼그라들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항이 폐쇄되고 입국 제한 조치가 확대한 데 따른다. 항공사들은 무급휴직, 임직원 급여 삭감 및 반납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이 같은 자구책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사들이 보유한 현금이 소진되면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항공기 대여 비용과 인건비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9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도 5조3000여억원이나 된다.

해외 주요국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항공 살리기'에 나선 것도 추가 지원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은 국적기인 루프트한자에 무한대로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총 58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약속했으며 프랑스(450억 유로·약 60조원)와 싱가포르(133억달러·약 11조원)도 대규모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항공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하는 데 필수인 기간산업이다. 네트워크 유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각국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쏟아붓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항공사의 어려움은 지상 조업사와 기내식, 리무진, 관광, 여행 등 협력사로 도미노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부 "대기업 항공사, 자구책 선행해야 지원"

정부도 항공사 상황을 엄중하게 살피고 있다. 지난 2월 17일 '항공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한 후 현재 126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달 말에는 공항 이용료 감면 확대, 운행 중단 노선 운수권 보장 등도 시작했다. 

문제는 두 차례에 걸친 항공산업 지원 대책 후에도 입국제한 조치 확대 등으로 항공사들의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항공업계 대책은 LCC에 집중돼 있다. 산업 영향력이 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업계 전체에 추가 자금 지원과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등 파격적인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항공이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정부가 대기업까지 적극적으로 문제를 치유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리 의지와는 다르게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 부처 간 의견 대립도 감지된다. 항공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적기에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대기업의 강력한 자구 계획 선행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부처간 이견으로 항공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대응 방안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항공사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을 지양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항공사의 어려움이 방만 경영이나 경영진의 판단 착오 때문이 아니라, 감염병으로 인해 발생한 천재지변이므로 일반 부실기업과는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대기업은 사업 구조조정, 대주주 지분 정리 등을 통해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항공사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금융 지원 확대와 세제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원 규모와 기한 등은 국가의 재정 상황과 지원 효과, 항공사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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