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연준이 코로나19발 위기 상황에서 시장과 경제에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정치적 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에 따르면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대단한 정책 플레이어로 보이지 않았다.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건 중앙은행의 역할이 아닌 데다 연준은 휴업에 내몰린 가게나 실직한 근로자들에게 현금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은 세 단계를 통해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로 부상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후 연준은 두 번째 단계로 금융 시스템 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과 채권 딜러들로부터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사들이고 해외 중앙은행들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유례없는 규모이긴 했으나 은행 시스템 내 최후의 대출 기관이라는 연준 역할의 일부였다.
세 번째 단계는 연준법 13조3항에 명시된 긴급 권한을 사용해 머니마켓펀드, 회사채, 지방채를 사들이고 중소기업에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었다. 사실상 비은행(실물경제)에 직접 대출을 공급하는 것으로 중앙은행의 전통적 영역을 벗어나 재정 정책에 가깝다는 게 WSJ의 시각이다.
연준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이런 권한을 처음 얻었으나 수십 년 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2009~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를 구제하기 위해 이 권한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납세자 주머니를 털어 월가에 뿌렸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2010년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따라 재무부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만 이 권한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0년의 제한이 무색하리만큼 코로나19 위기 속에 연준의 권한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달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코로나19 긴급지원과 구제 및 경제안보를 위한 법(CARES)'은 연준에 4540억 달러 규모로 신용보증을 제공했다. 이제 연준은 그 10배의 대출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연준은 지난 9일 회사채와 지방채 매입을 포함해 2조3000억 달러어치 유동성 투입 계획을 밝혔다.
WSJ은 이 부분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이 이제 누굴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정치적 입장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올해 11월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어 자칫 연준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장으로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연준을 향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라는 요구를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연준이 회사채나 지방채 매입 시 주요 텃밭을 위주로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을 터다.
워싱턴 소재 리서치 회사인 페더럴파이낸셜애널리틱스의 캐런 쇼 페트루 파트너는 블룸버그를 통해 연준의 막강한 영향력은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을 완전히 재정립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전 연준 이사회 자문인 앤드루 레빈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연준은 특히 이런 유례없는 정책을 실시할 때 공평성과 공정성 문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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