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17세기 투기상품 '튤립' 383년 만에 '0원'

네덜란드 화훼기업, "지난 달에만 튤립 약 4억 송이 폐기"

전 세계 화훼 시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입었다. 꽃 소비가 급감하면서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은 ‘0원’에 머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알스미어 지역에 있는 네덜란드 최대 꽃시장에서 튤립 한 송이 값이 ‘0원’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화훼기업 로열 플로라 홀랜드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약 4억 송이에 달하는 튤립이 폐기됐다.

프레드 판 톨 로열 플로라 홀랜드 해외판매 담당자는 “튤립 수요가 한창 많을 때 바이러스가 강타했다”면서 “본격적인 튤립 철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났는데 총거래량은 작년보다 50% 줄었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 튤립을 키워온 업자들도 울상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업으로 화훼 사업을 운영해 온 프랑크 아위덴보하르트는 “올해 튤립 20만 송이를 폐기 처분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7월부터 구근을 땅에 심고 10월까지 적절한 환경에서 재배한 뒤 온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정성 들여 키운 튤립을 없애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3월에서 5월은 세계 여성의날(3월 8일)과 부활절(올해 4월 12일), 어머니의 날(5월 둘째 주 일요일)이 몰려있어 네덜란드 내 꽃 거래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이 기간에만 약 76억 달러(약 9조 2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NYT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꽃집이 문을 닫았고 봉쇄령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꽃 소비가 이뤄지는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고 전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꽃집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네덜란드의 쿠켄호프 꽃축제도 취소됐다. 주최 측은 정부지침에 따라 개장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21일부터 폐장일인 5월 10일까지 축제가 열리는 공원을 폐쇄하고 온라인을 통해 축제 풍경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