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내 꿈을 이뤄줄 후보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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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20-04-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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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논설위원]]

 


“한 사람의 꿈은 꿈이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 정복자 칭기즈칸이 남긴 말이다. 혼자의 생각은 몽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많은 사람이 뜻을 모으면 현실이 된다. 이 말이 실감나게 들어맞는 게 선거다.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꿈을 꾼다. 내 삶이 나아지고, 공동체가 선한 방향으로 바뀌길 꿈꾼다. 정치는 이런 바람에 부응해 비전을 제시하고 이루는 과정이다. 4월 15일은 허황된 말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꾼’을 솎아내는 날이다. 또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정치인’에게 내 꿈을 위임하는 날이기도 하다.

내일이 투표일이다. 20대 총선 투표율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은 지배적이다. 10, 11일 이틀 동안 1174만2677명이 투표소를 찾았다. 전체 유권자 3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역대 최고 사전 투표율(26.7%)을 놓고 여러 분석이 있다. 무엇이 유권자들을 사전 투표장으로 이끌었을까. 오만한 집권여당을 심판하려는 성난 민심일까, 아니면 무능한 야당을 징치하려는 분노일까. 정권 심판이 될지, 야권 심판이 될지는 하루 뒤면 판가름 난다.

높은 사전 투표율은 세 가지로 설명된다. 정착 단계에 접어든 사전 투표 제도, 코로나19를 의식한 투표 행태, 거대 양당 중심으로 압축된 진영 대결. 세 번째 분석은 씁쓸하다. 진보와 보수 지지층이 조기 결집했다는 것인데 진영 싸움을 뜻한다. 한국 정치에서 1대1 구도는 어두운 그늘이다. 적대적인 정치문화를 초래한 근원이다. 내 편은 무조건 감싸고, 상대는 척결 대상으로 여기는 진절머리 나는 진영 갈등이다.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압승을 토대로 과반을 자신하고 있다. 사전 투표에서도 전남(35.77%), 전북(34.75%), 광주(32.18%)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든든한 뒷배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참패했다. 전체 28석 가운데 3석만 건졌다. 국민의당 23석, 심지어 새누리당에도 2석을 내주었다. 이번 총선에서 잃어버린 호남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민주당은 호남 민심이 전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로 작동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만 기댄다면 오산이다. 지역 구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오히려 정권 심판, 세대, 계층이 중요한 요인이다. 세대 투표 또한 맹신해서는 안 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듯 20대(680만명)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다. 특정 사안에서는 오히려 5060세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보수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유권자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총 1202만명으로 20대 총선보다 218만명 늘었다. 전체 비중도 4% 포인트 증가한 27.3%다.

그런데 30대(700만명)와 40대(836만명)는 109만명 줄었다. 60대 이상 83%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실제 투표율도 높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72%였다. 반면 3040은 52%대였다. 민주당은 20대와 3040세대, 통합당은 6070세대와 80세대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는 더 이상 상수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선이 반증한다. 당시 지역과 세대, 진보, 보수를 뛰어넘어 80% 이상이 탄핵에 동참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꺼이 표를 던졌다.

4·15 총선은 그 꿈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시 평가하는 장터다. 문재인 정부가 내 꿈을 실현하는 데 충실했는지, 민주당 정부가 제시한 꿈은 거짓되지 않았는지를 평가하는 자리다. 양식 있는 진보 지식인들은 민주당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다. 무능한 야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오만하며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장집, 강준만, 우석훈, 홍세화, 김경률, 진중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민주당 정권을 아끼고 지지한다. 민주당은 이들이 왜 쓴 소리를 하는지 헤아려야 한다.

이들은 통합당을 위해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얘기할 뿐이다. 그것 또한 다른 방법에서 지지다. 그런데 민주당은 일부 열성 지지층을 의식한 나머지 쓴소리에 귀를 닫았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선한 의도와 달리 경제정책에서 실정은 드러났다. 탈원전 정책 또한 여러 부작용을 불렀다. 외교와 국방 전문가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진영 논리에 편승한 나머지 편 가르기에만 매몰된다면 문제다. 선거는 정책 변화에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 자살률, 세계 최고 산재 발생률, 세계 최저 출산율, 세계 최고 불평등. 우리 앞에 놓인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 현 정부에서 심화된 진영 갈등이 더해진다.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산업재해로 숨진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한 말이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최근에 들은 말 중 가장 슬픈 말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16일 새벽이면 승패는 결정된다. 지금 판세라면 민주당 우세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민주당 승리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아무런 감동도 꿈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에 대한 심판이다. 만약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다시 진영이란 담장을 쌓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암담하다. 몽골 울란바토르에는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가 남긴 비문이 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4·15총선은 성은 허물고 길을 내는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내 꿈을 이뤄주는 정당에 투표하고 변화를 기대한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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