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회식 후 사망한 근로자의 부인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11월부터 한 건설회사의 안전관리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4월 회사가 주최하는 신축 아파트 품평회에 참여했다. A씨는 행사가 끝나고 10시 50분쯤까지 이어진 2차 회식까지 참석하고 집으로 이동했다.
이에 A씨의 부인 B씨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2차 회식이 강제되지 않았고 A씨는 만취상태가 아니었다”며 “횡단보도 신호를 잘못 보고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B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업무상 재해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2차 회식은 품평회를 준비해온 안전팀 등이 모여 소감과 의견을 교환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이날 품평회을 준비하던 와중 긴장된 상태에서 근무를 해 빨리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음주로 인해 정상적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2심은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를 배웅한 목격자가 정상적으로 귀가 가능한 정도였다고 판단했고 A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점,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을 보면 과음으로 정상적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무단횡단이 과음으로 인한 판단능력 장애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왕복 11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이 회식 과정 또는 그 직후 퇴근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품평회를 마치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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