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시 관람문화가 생겨난 것은 언제부터일까?’
‘서양화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을까?’
오는 19일 출간되는 ‘미술시장의 탄생―광통교 서화사에서 백화점 갤러리까지’(푸른역사)는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형태의 미술시장이 언제 태동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완성됐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는 책이다. 저자가 10년 넘게 공들인 역작이다.
미술시장과 제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면서 비평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지은이 손영옥(국민일보 미술·문화재전문기자)은 한국 미술시장이 전근대적 성격을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으로 이행한 시점을 개항기로 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미술품으로 인정받는 ‘미술로서의 고려청자의 발견’이 이뤄진 것도 갤러리의 전신인 ‘지전’과 ‘서화관’ 등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개항기이기 때문이다.
개항기에서 첫발을 뗀 저자는 이후 일제 ‘문화통치’ 이전(1905~1919), ‘문화통치’ 시대(1920년대), ‘모던의 시대’(1930년대~해방 이전)의 한국 미술시장 형성 과정을 쫓는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한국 미술이 걸어온 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전시장 벽에 작품들이 죽 걸려 있고, 관람객들이 찬찬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구매까지 하는 전람회 문화는 1920년대 들어 보편화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서양화의 발자취도 쫓는다. 손영옥은 “서양화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개항과 더불어 서구의 문물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국을 찾은 휴버트 보스 같은 서양인 화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당시 종군화가로 활동했던 일본인 서양화가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고 전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들어 고희동이 1915년 일본 유학에서 한국인 1호 서양화가가 된 이래 1920년대 들어서는 한국인 서양화가의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의 변화는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거래가 양성화된 후 최고의 미술상품으로 자리 잡게 된 고려자기, 일본인들끼리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고려자기 시장,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려자기를 소유할 수 없던 일본인 지식인층에 의해 고려자기의 대체재로서 ‘발견’된 조선백자 등이 흥미롭다.
갤러리,경매회사,전람회 등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한 자본주의적 미술시장 제도도 소개한다.
지은이는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노동하지 않고도 더 크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제3의 부의 성취 방법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1930년대 들어 미술시장에도 전염됐다. 미술품을 영구히 소장하는 애호품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고 평했다.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한 폭의 한국사‘·‘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등을 쓴 저가는 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필명 손정)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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