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역사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인물은 2000년대 중반 LG생명과학(現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을 이끈 양흥준 대표다.
그는 호흡기 질환 항생제 ‘팩티브’를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이끌어 냈다.
양 대표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거쳐 2002년 8월 출범한 LG생명과학의 대표를 맞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가 성공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다. 2001년 FDA가 팩티브에 대해 신약 승인 유보 결정을 내렸고, 개발 제휴를 맺었던 GSK(합병전 스미스클라인비참·SB)는 공동개발 포기를 전해왔다.
양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 제약업체 진소프트와 다시 제휴를 맺는 등 전열을 가다듬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LG생명과학은 2003년 4월 미국에서 팩티브 신약 승인을 받았다.
다만 LG생명과학은 기대했던 미국에서 큰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FDA 허가를 받았을 때 블록버스터 정도의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LG생명과학은 이후에도 인간성장호르몬 ‘밸트로핀’이 FDA에서 승인을 받는 등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양 대표는 이후에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관절염 치료제와 약물전달체계를 개발하는 신약개발업체 G9 바이오사이언스 이사, 안국약품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양 대표는 바이오 사업 본격화를 위해 업체들이 여전히 영입을 노리는 전문가다. 지난해 선박 부품업체인 중앙오션이 바이오 사업 본격화를 위해 캐나다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면서 양 대표를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다만 양 대표는 그 해 8월 일신상에 이유로 사임을 한 상태다.
가장 최근에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신약들을 내놓고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가 유럽의약청(EMA)에 신약판매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약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올 2분기 내 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직접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신약이 FDA 판매 허가를 받고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수면장애신약 ‘수노시’가 FDA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판매 중에 있다.
조 대표가 속속 성과를 내면서 그는 SK그룹 안팎에서 ‘최태원의 남자’로 불린다. 여기에는 SK가 지난 1993년 신약개발에 뛰어든 후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배경이 작용한다. 최 회장이 제시한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이라는 목표를, 조 대표가 독보적인 성과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년 중 상당부분을 미국 등 해외에서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시장을 노린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최고경영자(CEO)가 현장을 직접 챙긴다는 의지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