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 소유 세계 최대 극장체인 AMC 파산설… 영화사업 ‘휘청’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극장 체인인 AMC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매우 큰 투기등급이라는 의미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지난 3월 17일부터 영화관 대부분을 잠정 폐쇄한 여파다. 미국 전역에서 약 4000여개의 AMC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4만2000개 스크린이 운영을 중단했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2만6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무급 휴가를 받았으며, 이 중 600명은 아예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경영난이 길게는 오는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AMC 극장 파산설에도 무게가 실렸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AMC가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7월까지”라면서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AMC가 파산 보호 신청을 위해 관련 법률회사와 접촉했다며 구체적인 ‘파산설’까지 흘러나왔다.
AMC의 파산설에 중국 완다그룹은 곧장 해명을 내놨다. 완다가 AMC의 모회사이기 때문이다. 완다는 지난 2012년 AMC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완다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AMC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은 소문일 뿐이라며 AMC의 파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산설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AMC로 인한 완다의 타격이 만만찮다. AMC 주가는 이미 올해 최고점(2월 20일 7.76달러) 대비 60% 가까이 미끄러진 3.20달러(4월 17일 종가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AMC의 재정상황도 좋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기준 AMC 보유 현금은 2억6500만 달러(약 3235억원), 채무는 103억 달러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완다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증권시보는 중국 본토에서 완다의 자회사인 완다시네마의 성장 둔화 압력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완다시네마는 지난해 매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었다. 적자만 47억2100만 위안(약 8142억80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완다시네마는 타격을 입었다. 앞서 발표된 1분기 실적 예고도 부진했다. 5억5000만~6억5000만 위안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지난해 1분기 4억 위안의 흑자를 냈던 것에 비해 무려 20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완다는 “코로나19 여파로 1월 23일 이후 거의 모든 상영관이 상영을 중단했으며, 중국 극장가 최대 대목인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에 수익을 올리지 못한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중국 영화업계는 전염병의 타격으로 엄청난 부침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일보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중국 영화 관련 회사 5328개가 문을 닫았다.
완다를 이끄는 수장 왕젠린(王健林) 회장의 손해도 막대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왕젠린의 총자산은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무려 5분의1이 증발한 1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10대 부호 순위에서도 밀려났다. 20일 완다시네마의 주가는 올해 최고점(1월 17일 21.92위안) 대비 30% 이상 떨어진 15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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