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개척시대에는 밴드(band)를 실은 마차(wagon)를 선두에 세우고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면, 나중에 이를 본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무작정 마차 뒤를 따랐다고 한다. 그 후로 유행에 무작정 뒤따르는 현상을‘밴드왜건 효과’라고 일컫는다.
2020년에도 밴드왜건은 여전히 힘이 쎄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던 3월 초엔 연일 이어지던 마스크 품귀 소식에 모두의 관심사는 오로지‘마스크 구하기’였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한 고비를 넘고 나니‘재난기본소득’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하지만 마스크에 이어 지원금마저 각 지자체마다 ‘각자도생’이었다. 지자체에선 경쟁적으로 지원금 도입을 발표했고, 그 금액은 천차만별이었다.
우리 시는 정부 기준에 따라 소득하위 70%에 재난긴급지원금을 현금으로 주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나 광역에서는 지역화폐나 온라인 쿠폰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쓰임새가 좋은 현금도 필요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보건 재난은 더 혹독한 경제 재난으로 이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선 전례 없는 돈을 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따르고 있다. 모두의 관심사는 이제는 ‘돈’이다.
하지만 지원금만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치유하는 완벽한 ‘백신’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백신은 ‘애프터 코로나 (After Corona)의 설계도’에 달려있다.
이제는 원격 강의, 재택 근무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던 비대면 진료도 지금은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격차는 단순히 온라인에만 그치지 않고 삶의 모든 분야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큰 격차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우리 시는‘비대면의 일상화’로 발생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예상되는 온라인 취약계층에 노트북, 태블릿PC 약 1000대를 보급하고 학습권 확보를 위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1단계는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먼저 지급하고, 2단계로는 다자녀가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재난지원금 기부액과 시 공무원들의 월급 반납액, 그리고 지역별 희망케어센터 모금활동으로 마련한 성금으로 충당한다.
노트북, 태블릿 PC는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우리시의 미래가 될 학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시대를 헤쳐 나갈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1인 상차림 문화 확산을 위한 식생활 개선운동도 추진한다. 바이러스와의 안전한 동거를 위해서는 가정 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탕, 찌개 등 공유형 상차림을 1인용 식기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그 밖에도 국내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하천정원화 사업, 역사문화 둘레길 조성 등 소규모 즐길 거리와 문화 인프라도 늘려 갈 것이다.
영화 ‘역린’에서 개혁군주 정조는 중용 23장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한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을 전했다.
바이러스가 몰고 온 전 세계적 재난을 극복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은 일이다. 아니 아주 어렵고 큰 일이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면 분명 더 나은 새로운 일상은 준비하는 자의 몫이 되지 않을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