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오픈 챔피언십 대회장 전경[로이터=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9일 “경기도 포천의 컨트리클럽 A사 등 골프장 3곳이 스크린골프 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B사는 골프장 3곳을 항공 촬영했다. 사진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된 제품을 스크린 골프장에 팔거나 직접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했다.
이에 A사 등은 ‘자신들의 허락 없이 골프장 코스를 사용했다’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당한 B사는 골프장 코스가 자연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형태에 불과해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이 열렸다. 재판부는 "골프장의 경우 연못이나 홀의 위치와 배치, 골프 코스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골프장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저작권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골프장 코스를 저작물로 분류했고, 무단으로 도용한 B사에 대해 14억2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골프 코스는 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의 위치, 연못이나 벙커 등에 관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표현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골프장 코스의 저작권자를 골프장이 아닌 코스 설계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B사의 행위는 A사 등의 성과물을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3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골프 코스의 모습 내지 종합적인 이미지는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3D 골프 코스 영상을 제작·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의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사업주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는 A사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골프 코스는 저작물에 해당하나, 원고들이 설계자들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B사는 지난 20일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골프 코스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이번 판결은 저작권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이며 골프 코스 제작 전 미리 각각의 골프장과 코스에 관련한 기술협약서를 체결하고 상호협의 하에 해당 골프 코스의 이미지나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B사 관계자는 “A사 등과 기술협약서를 작성했다. 인천의 한 곳은 분실된 상황이고, 포천에 있는 골프장은 최근 다른 법인에 인수되며 기술협약서의 계약 주체가 변경됐다. 이 때문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에 있는 한 골프장은 기술협약서가 유효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청구가 기각됐다”고 말했다.
A사 등과 B사의 싸움은 결국 승자가 없었다. 저작권은 코스 설계자의 몫이 됐다. 이는 새로운 국면의 시작을 알린다. 코스 설계자와 스크린골프 업체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고됐다.
한 코스 설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코스 설계자들 사이에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힘을 모아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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