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돈 풀었더니...중국 부동산 시장만 띄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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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4-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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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전 집값 폭등에 '화들짝'···중소기업 대출 조사 '착수'

  • 저리 대출자금···부동산 시장 '쏠림' 우려

'중국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공급한 대출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즉각 조사에 나섰다.

◆ 선전 집값 폭등에 '화들짝'···중소기업 대출 조사 '착수'

21일 중국 차이신망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선전시 중심지행은 최근 현지 시중은행에 긴급 통지를 내렸다. 사업자대출(經營貸) 자금이 불법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긴급히 조사하라는 게 통지의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지원 대상인 기업 혹은 개인이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저리로 사업자대출을 받아서 신규 부동산이나 주택을 구매했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다.

같은 날 선전시 중소기업서비스국도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와 함께 대출금리 할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일부 기업이나 개인이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중소기업 대출 할인을 받아 주택 구매, 주식 투기 등에 활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반드시 생산경영에 활용돼야 하며, 자본시장이나 개인소비, 민간 대부업 등에 활용되는 걸 엄격히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은보감회와 인민은행 선전지행도 시중은행 책임자를 소집해 회의를 갖고 영세기업에 공급한 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되,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가로막아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선전 부동산 시장. [사진=신화통신]


◆ 저리 대출자금···부동산 '쏠림' 현상

선전시 당국이 갑작스레 대출 현황 조사에 착수한 건 최근 선전시 집값이 폭등한 게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대출 지원정책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7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선전시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 대비 0.5% 상승하며 1선 4개 도시(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고주택 가격도 전달 대비 1.6% 상승하며 70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10% 가까이 폭등했다.

최근 현지 언론에서도 "1000만 위안(약 17억원)짜리 호화주택이 1초 만에 팔렸다", "허차페이(喝茶費, 중국서 부동산을 구매할 때 추가로 얹어주는 웃돈)가 100만 위안에 달한다"며 선전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연일 보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는 최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할인 정책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리쉰레이 중타이증권 수석 경제학자도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선전시 집값 폭등은 중소기업 대출 할인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다.

선전시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석달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이자를 최장 6개월까지 절반으로 깎아주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대출이자가 3.9~4.5%인데, 사실상 2%대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이같은 저리 대출 정책을 악용해 불법으로 주택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 주력하는 중국 정부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다만 선전시 주택건설국은 17일 저녁 "최근 일부 주요 지역 아파트 중고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앞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풀린 데다가, 부동산 중개업소나 언론들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선전시 중고주택 평균 가격은 ㎡당 6만4000위안(약 1100만원)으로,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면서 불법으로 주택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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